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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운명 미에 맡길수 없다

Posted May. 12, 20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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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특사다. 아니다, 개인 자격의 방북이다.

노 대통령이 9일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방북을 통한 남북정상회담 성사에 기대를 표시한 뒤 DJ 특사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에서는 직간접적으로 DJ의 방북과 여권의 연계를 강조하고 있다. 사실상 노 대통령 또는 정부의 특사 역할을 띠고 있다는 것. 이는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 또는 수도권의 호남 출신 표심을 겨냥한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DJ 측은 개인 자격 방북임을 강조하고 있다. 여권이 지방선거와 DJ의 방북을 연결짓는 데 대해 DJ 자신이 불쾌해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DJ 측의 거부감 때문인지 이날 청와대와 정부 내에서는 엇갈린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개인 자격의 방북 아니다=노 대통령의 해외 방문을 수행 중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1일 전직 대통령으로서 방북하는 것이 전적으로 현 정부의 생각이나 정책과 동떨어져 이뤄지는 개인 자격의 방북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DJ의 방북이 정부 특사 자격이냐, 개인 자격이냐는 질문에 대해 이것이 정부 특사다, 아니다 하고 형식을 규정하기에는 이르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북한에) 많은 것을 양보하겠다는 노 대통령의 울란바토르 발언에 대해 한반도 문제에서 가장 무거운 책임을 갖고 해법을 찾아야 할 당사자는 한국이며 한국 대통령으로서 해법을 제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은 상황이 안 좋으면 화를 내거나 나쁘다고 슬로건을 내걸면 되지만 우리 정부는 해답과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서울의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의 운명을 미국에 맡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개인 자격의 방북이다=DJ 측의 최경환() 비서관은 이날 김 전 대통령은 민족문제 해결과 세계 평화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하고 있다며 이런 차원에서 이번 방북도 정부 대표나 특사가 아닌 개인 자격의 방북임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고 강조했다.

DJ 측의 한 인사는 김 전 대통령은 여권이 이번 방북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야당이 반대해 정쟁()의 대상이 되는 상황을 결코 원치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방북=정부 당국자는 이날 오후 통일부 기자실로 찾아와 특사는 검토된 바 없다. 김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방북하는 것이고 정부는 이를 적극 지원하는 입장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이날 오전 개인 자격의 방북이 아니다고 말한 데 대해서는 김 전 대통령의 비중이나 위상을 감안해서 그렇게 얘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DJ가 사실상 특사 역할을 해 주기를 바라면서도 DJ의 심기를 거스르기가 어려운 것이 여권의 딜레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정부는 특사와 개인 자격 방북 사이에서 전직 대통령 자격의 방북으로 절충점을 찾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정연욱 이명건 jyw11@donga.com 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