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은 올해 한국의 기업관련법 경쟁력이 61개 조사 대상국 중 51위라고 발표했다.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은 그제 출자총액제한제도처럼 목적 실현에 반드시 적합하다고 보기 어려운 제도는 고쳐나가겠다고 밝혔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최근 뉴욕에서 국내 기업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산업자본의 금융소유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기업관련법 경쟁력이 왜 최하위권인지를 두 장관이 설명한 셈이다.
권 위원장은 (출총제는) 문제가 많다보니 많은 예외가 있어서 어디까지 예외가 허용되고 안 되는지를 나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주무장관도 모르는 제도를 기업들이 어떻게 알겠나.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제도개선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공정위는 순환출자의 폐해를 막는 대안을 찾은 다음에야 출총제 폐지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안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겠다는 뜻이다. 금산분리 완화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얘기가 없다.정부가 이런 악성 규제들을 방치하니까 국가경쟁력이 더 추락하는 것이다.
참여정부는 지난 3년 간 출총제를 신주단지 모시듯 해 왔다. 그 결과 상장기업들은 금고에 70조원을 쌓아놓고 투자를 기피하고 있다.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는 이익 상충, 부실 전가, 경제력 집중문제를 낳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윤증현 위원장은 현행 금융시스템은 금융이 산업자본의 사금고로 전락하는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한국금융을 외국 투기자본의 잔치판으로 전락시킨 금산분리원칙을 고수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공정위는 지난달 경제는 디지털 시대인데 정부규제는 이중적이고 과잉이다란 보고서를 내놓았다. 그럼에도 실질적인 규제 완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금이라도 출총제 폐지에 착수해야 한다. 금산분리원칙의 완화에 관한 구체적 일정도 제시해야 한다. 이런 제도개선이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하는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