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의 본고장 미국에서도 한 고교에서 두 명의 빅리거를 배출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두 명이 모두 선발 투수로 자리 잡기는 더욱 힘들다. 더구나 선발 투수로 맞대결을 벌이는 것은 메이저리그 토픽 감이다.
광주일고 1년 선후배 사이인 서재응(29LA 다저스)과 김병현(27콜로라도)이 바로 그 주인공이 됐다.
23일 다저스타디움에서는 열린 다저스-콜로라도의 경기에서 둘은 나란히 선발 투수로 등판했다. 한국 선수들끼리의 선발 맞대결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
결과는 수비진의 도움을 받은 서재응의 판정승이었다. 김병현은 패전 투수가 됐지만 역시 호투를 선보여 한국 투수들 간의 첫 선발 맞대결은 보기 드문 명승부로 기억될 듯.
승부는 수비에서 갈렸다. 서재응은 야수들의 잇단 호수비에 힘입어 7이닝 6피안타 1실점(비자책)으로 시즌 2승(2패) 째를 챙겼다.
서재응은 1회 3루수 윌리 아이바의 실책 등으로 맞은 1사 1, 3루에서 맷 할러데이에게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맞고 선취점을 내줬다.
그러나 2회부터 야수진의 호수비 덕을 톡톡히 봤다. 2회 1사 1루에서 대니 아드와에게 좌월 2루타를 맞았지만 포수 러셀 마틴의 기막힌 블로킹으로 1루 주자 코리 설리번을 잡았다. 3회 무사 2루에서도 개럿 앳킨스에게 우전 안타를 허용했지만 우익수 J.D 드루의 호송구로 2루 주자 루이스 곤살레스를 아웃시켰다. 계속된 1사 만루에서는 유격수 라파엘 퍼칼과 2루수 제프 켄트의 그림 같은 병살 플레이가 나왔다.
반면 김병현은 6이닝 6피안타 3실점(1자책)으로 잘 던지고도 야수 실책으로 2패(2승) 째를 당했다. 3회 1사 후 1루수 토드 헬턴의 송구 실책으로 라파엘 퍼칼을 출루시킨 게 패착이 됐다. 김병현은 호세 크루스 주니어에게 우월 2루타를 허용해 맞은 1, 3루 위기에서 빗맞은 안타와 내야 땅볼로 2점을 내주며 역전을 허용했다.
결과는 다저스의 6-1승리. 그러나 두 투수 모두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했다. 한편 이날 서재응은 3타수 무안타, 김병현은 2타수 무안타를 각각 기록했다.
이헌재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