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게 흉기를 휘두른 지충호(50구속) 씨의 범행은 공범이 없는 단독 범행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하지만 지 씨의 범행 동기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박 대표 피습 사건을 수사 중인 검경합동수사본부(본부장 이승구 서울서부지검장)는 26일 범행 당일 지 씨가 유세 현장인 신촌까지 타고 온 버스 안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화면을 분석한 결과 지 씨와 함께 움직인 사람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범행 직전 지 씨가 유세 현장 인근의 한 편의점에 4차례나 드나들며 6개의 아이스크림을 산 것과 관련해 합수부는 지 씨가 평소 당뇨병이 있어 아이스크림을 많이 먹는다고 말했다며 지 씨는 많을 때는 하루에 아이스크림을 30개 넘게 먹은 적도 있다고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지 씨가 여러 차례 편의점을 드나들며 6개의 아이스크림을 산 것을 두고 현장에 다른 일행이 함께 있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증거라며 공범이 있을 가능성을 강조해 왔다.
범행 현장에서 지 씨에게 동조하며 박 대표를 향해 죽여, 죽여라고 소리친 사람들이 있다는 일부 목격자의 진술에 대해 합수부 관계자는 당시 상황이 담긴 동영상을 확보했으나 음질 상태가 좋지 않아 사실상 확인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 씨를 처음 조사했던 경찰 관계자는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지 씨를 향해 죽여, 죽여라고 말한 것이 잘못 알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지 씨의 범행 동기는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지 씨는 경찰 수사에서는 한나라당이 싫어서 그랬다고 말했다가 합수부 조사와 영장 실질심사 때에는 민주주의를 위해서 그랬다고 말을 바꿨다.
지 씨는 또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를 노렸다고 말했으나 실제 범행 대상은 박 대표로 삼은 점도 범행 동기를 짐작하기 어렵게 하는 부분이다.
합수부 관계자는 지 씨가 범행동기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진술을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 씨는 22년 전에도 한 여성의 얼굴을 면도칼로 그은 적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합수부에 따르면 지 씨는 1984년 5월 16일 오후 7시경 서울 강남구의 한 주택가 골목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한 여성의 얼굴을 면도칼로 2차례 그어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혔다.
합수부는 또 한 대납업자에게서 지 씨가 100만 원짜리 수표 2장으로 카드대금을 내는 것을 봤다는 진술을 받았으나 확인 결과 지 씨는 100만 원짜리 수표로 결제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합수부 고위 관계자는 통화기록 조회와 계좌 추적, 관련자 소환 등 해야 할 일이 많아 지방선거 이전에 수사를 마무리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의 박근혜 대표 살해 기도 정치테러 진상조사단(단장 김학원)은 합동수사본부가 예상대로 박 대표 테러사건을 배후가 없는 단독 범행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조사단 권영세 의원은 아직 배후가 없다고 단정 지을 만한 단서가 없는데도 서둘러 사건을 끝내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합수부는 단 0.01%의 가능성만 있어도 이 사건의 전모를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