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보카트는 글래스고의 영웅이자 원수(?).
한국축구대표팀의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1998년부터 3년 동안 스코틀랜드 프로축구리그 글래스고 레인저스 감독을 맡았다. 1999년과 2000년 스코틀랜드 축구협회(FA)컵과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 2년 연속 2관왕에 올랐다.
글래스고에는 같은 지역을 연고로 하는 두 팀이 있다. 하나는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끌던 레인저스, 다른 팀은 셀틱스. 1880년대 생긴 두 팀은 세계 축구사에 손꼽히는 전통의 라이벌. 전투에 가까운 거친 경기를 하기로 유명하다.
글래스고에서 10년째 거주하는 교포 김철웅(40) 씨는 글래스고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하나는 레인저스 팬, 다른 하나는 셀틱스 팬이라며 두 팀의 라이벌 관계가 얼마나 뜨거운지를 설명했다. 길가는 학생들을 보라. 파란색 티셔츠와 녹색 줄무늬 티셔츠가 많다. 파란색은 레이저스, 녹색은 셀틱스 유니폼이다. 아드보카트에 대해 물어 보면 파란색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은 영웅이라 답하고 녹색을 입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학생 강주영(27) 씨는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셀틱스가 1위, 레인저스가 3위를 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떠난 후 레인저스가 챔피언 자리를 내주자 당시를 그리워하는 팬들이 많다고 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으로서는 스코틀랜드가 행운의 땅이었다. 그는 이 곳에서의 성적을 바탕으로 네덜란드대표팀 감독으로 재 발탁됐고 유로 2004에 출전했다.
이원홍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