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간이 비가 내렸다. 궂은 날씨였다. 북구에 가까운 스코틀랜드는 오후 9시가 가까워도 해가 저물지 않았다. 비는 내렸지만 어둡지는 않았다. 갖은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상징하듯이.
교민 절반 마중 티셔츠 한국서 주문
딕 아드보카트 감독과 한국축구대표팀은 16시간의 장거리 비행 끝에 28일 오전 6시(한국시간) 2006 독일 월드컵 중간 기착지인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 입성했다. 대표팀은 이곳에서 마무리 훈련을 하면서 6월 2일 노르웨이, 4일 가나와 평가전을 가진 뒤 6일 독일로 향한다.
스코틀랜드의 날씨는 선선했다. 공항에 내리는 순간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기온은 영상 10도. 선수단을 본 교민들은 큰 함성을 질렀다.
글래스고 인근 교민 숫자는 150여명. 이중 절반이 마중을 나왔다. 교민들은 모두 한국에서 직수입한 붉은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레즈 고 투게더, 투혼 등이 새겨진 티셔츠는 현지에서 구할 수 없어 한국에 단체 주문을 했다.
늘어난 인파에 놀라 경찰출동 소동도
이들은 교회와 축구 동호회를 중심으로 사전에 비상연락망을 가동해 한국팀의 방문을 환영합니다, 대박 지성 등 각종 피켓과 구호를 들고 마중을 나왔다. 공항 경찰이 갑자기 늘어난 인파를 보고 출동했다가 한국축구대표팀이 온다는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현지 승객들도 휴대폰 카메라를 꺼내 열심히 이 광경을 촬영했다.
교포 이정순(40) 씨는 대표팀을 마중 나오기 전 교민들이 단체로 축구 시합을 하고 왔다. 주말이면 교포들이 축구로 친목을 다진다고 했다.
인파에 둘러싸인 아드보카트 감독은 매우 긴 하루였다. 그러나 이 곳에서 최고의 훈련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곳은 자연이 좋고 매우 훌륭한 시설이 있다. 두 차례의 평가전을 치르며 컨디션을 끌어 올리겠다고 말했다.
안정환(뒤스부르크)은 시간이 성큼 성큼 다가왔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국내에서의 평가전을 승리로 장식하고 와 편한 마음으로 훈련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머리를 황금색에서 은 보라색으로 바꾼 이천수(현대)는 잘해보자는 뜻으로 염색을 했다며 새로운 각오를 보였다.
한국대표팀은 도착 첫날 가벼운 회복훈련을 하며 몸을 풀었다. 대표팀은 남은 기간 점차 훈련강도를 높이면서 오전과 오후 두 차례씩 마지막 담금질에 들어간다.
이원홍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