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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 드리블 - 감각슛 조용한 킬러

Posted June. 05, 2006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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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전사 23명 가운데 그는 막내다.

월드컵은 첫 출전. 그래서 그의 마음은 누구보다 설렌다.

축구 천재 박주영(21FC서울).

꿈의 무대를 앞두고 그는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독일 월드컵을 빛낼 신인상 후보에 그의 이름을 웨인 루니(잉글랜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등과 함께 올렸다.

유럽의 주요 스포츠 베팅 업체도 한국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을 스트라이커로 박주영을 지목한다.

자신에 대한 이런 스포트라이트에 고무된 듯 박주영은 장도에 오르기에 앞서 치른 평가전에서 3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1골 2도움)를 올리며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무엇보다 연속 도움을 기록한 대목은 신선하게 비쳐졌다. 골네트를 흔들 기회가 있었지만 결정적인 위치에 있던 다른 선배에게 연결시키는 한결 성숙된 모습을 보였다. 수비수를 따라붙게 해 동료에게 공간을 만들어 준 것도 돋보였다.

박주영은 타고난 골잡이다.

대구 반야월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축구를 시작한 그는 당시 학급 대항 경기에서 6골을 모두 넣으며 6-0 승리를 이끌었다.

청소년대표 시절은 화려하기만 했다. 2004년 말레이시아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이 기록한 11골 중 6골을 터뜨려 득점왕과 최우수선수상을 휩쓸었다. 지난해 네덜란드 세계청소년선수권에선 월드 스타의 자질을 인정받았으며 그해 K리그에선 18골 4도움의 눈부신 성적을 남겼다.

좌우 윙 포워드부터 가운데 최전방 공격수나 그 밑의 처진 스트라이커까지 모든 공격 자리를 소화할 수 있는 게 골 사냥 비결이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일까. 시련도 있었다.

최고의 스포츠 스타라면 누구나 현미경처럼 자신을 들여다보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그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올해 초 전지훈련 후반에 슬럼프 조짐을 보이면서 아직 멀었다는 비아냥까지 들어야 했다. 몸싸움을 피하고 소극적인 플레이를 하면서 이런 비난을 자초한 것도 사실.

박주영은 이런 여론에 마음고생을 했지만 한 계단 더 올라서기 위한 성장통()으로 받아들였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최근 전지훈련에서 박주영에게 주전을 뜻하는 노란 조끼를 입게 하며 중용할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번 독일 월드컵에선 주전보다는 조커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선발이냐, 교체 멤버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거친 숨소리를 몰아쉬며 잔디 위를 뛰는 순간만이 의미가 있다. 골을 넣고, 도움을 주고, 상대 수비 그물을 휘젓고 다니며 박주영이란 존재를 확실하게 보여주면 그만이다. 그럴수록 한국 축구는 제2의 월드컵 신화에 가깝게 다가설 것이다.

박주영도 스코틀랜드 전지훈련에서 첫째는 득점, 둘째는 도움이며 궁극의 목적은 팀의 승리라고 말했다.

이런 목표를 이룰 때 빅 리그 진출에도 청신호를 밝히게 될 것 같다.

박주영의 이름은 한자로 주인 주()에, 길 영()을 쓴다. 독실한 기독교 신도로 주님의 영광은 영원하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를 지켜보는 많은 팬들은 또 다른 해석을 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축구 스타로 롱런해 달라는 염원이 이름에 담겼다는 것. 독일 월드컵은 바로 그 출발점이다



김종석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