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톈진()은 우리나라로 치면 인천이다. 수도 베이징()과 자동차로 1시간 30분 거리여서 인적 물적 왕래가 잦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는 축구 등 일부 종목의 경기가 그곳에서 열린다. 1858년 영국과 프랑스의 조차() 지역이 된 뒤 경제 산업 기반이 끝없이 확장됐고, 지금도 세계 각국에서 투자가 이어진다. 한국 기업 1800여 개도 진출해 있다. 구한말인 1882년 흥선대원군이 청나라 군대에 볼모로 잡혀 3년간 유배생활을 한 곳도 바로 톈진이다.
중국이 톈진을 대규모 항공 해운 물류 단지와 첨단 제조업 기지를 중심으로 동북아 허브(hub중심지)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중국 국무원은 6일 톈진 빈하이() 지역을 선전((수,천))과 상하이() 푸둥()에 이어 국가 종합개혁 시험구로 공식 지정했다. 톈진 항을 3배로 확대해 중국 최대 규모의 종합 보세무역지구로 육성하고, 빈하이 국제공항도 확충해 연간 수송인원을 500만 명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필요한 토지는 바다를 메워 조성하기로 했다.
동북아 허브는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며 내세운 10대 국정과제 중 하나였다. 노 대통령은 우리의 미래는 한반도에 갇혀 있을 수 없다며 한국을 동북아의 물류무역생산 거점으로 만들자고 강조했다.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후에 동북아시대위원회로 바뀜)도 만들었다. 2003년 7월 인천, 부산-진해, 광양 등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한 것도 그 연장선이다. 하지만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지금 동북아 허브라는 말은 사실상 실종상태다. 말만 요란하고 실적은 없는 로드맵 정부의 한계다.
우리가 한눈파는 사이 중국이 치고 올라왔다. 더 크게 떠오르는 톈진은 바다 건너 인천 송도와 영종도, 부산 등의 버거운 경쟁상대일 수밖에 없다. 선전 푸둥 톈진을 뛰어넘는 차별화되고 특화된 서비스와 제도의 가시화가 시급하다. 그러자면 치밀하면서도 과감한 개방전략과 인센티브 제공 등이 곁들여져야 할 텐데, 닫힌 안목과 정책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다.
송 영 언 논설위원 young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