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마다 6월이면 신화가 탄생한다. 경기장과 거리를 모두 태우는 붉은 6월이다.
대한민국은 잠들지 못했다. 함성으로 폭발했다. 한국의 승리란 하늘의 이치를 거스르기 위해 토고 주술사들이 외워 댄 주문과 부적은 소용없었다. 한국이 2006 독일 월드컵 G조 첫 경기에서 아프리카의 검은 복병 토고에 2-1로 역전승했다.
후반 25분 골문 앞을 쇄도하던 반지의 제왕 안정환의 발끝을 떠난 공은 토고 수비수의 가슴을 스치고 굴절된 뒤 토고 골대로 빨려 들어갔다. 선제골을 내 준 한국이 2-1로 역전하는 순간이었다. 2002년 6월 한일 월드컵 첫 경기에서 폴란드를 격파한 뒤 4강까지 진출했던 6월의 신화가 다시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한국은 전반 31분 오른쪽을 돌파한 토고의 스피드 맨 야오 세나야의 패스를 받은 모하메드 카데르 쿠바자의 슛으로 선제골을 허용했다.
전반에 비교적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펼치던 한국은 후반 들어 좀 더 적극적인 공세를 펼쳤다. 결국 9분 박지성이 골대 정문 앞으로 돌진하며 상대 수비수 장폴 야오비 아발로의 반칙을 이끌어 냈다. 프리킥을 맡은 이천수의 킥은 예리했다. 수비수의 키를 넘기며 골키퍼가 손 쓸 틈도 없이 왼쪽 구석으로 빨려 들어가는 통렬한 슛이었다. 기세를 올린 한국은 박지성과 이천수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측면 공격에 나서 추가 골을 터뜨리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한국은 승점 3을 확보해 남은 프랑스(19일) 스위스(24일)전에서 1무만 추가해도 16강 진출을 바라볼 수 있는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다.
이원홍 주성원 bluesky@donga.com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