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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 멍드는데 정부는 뒷북 엄포만

Posted July. 21, 200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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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로 8일째를 맞은 포항지역 건설노조원들의 포스코 본사 건물 불법점거 농성사태는 경찰력 강제 투입이 초읽기에 들어가는 급박한 상황을 맞게 됐다.

청와대는 20일 이번 사태를 명백한 불법 행위로 규정하며 엄정 대처 방침을 밝혔으나 8일 만의 공식 대응은 뒷북치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사태 발생 6일 만인 18일에야 법무, 행정자치, 노동부 등 관계부처가 공동담화문을 발표해 엄정 대처 의지만 강조했을 뿐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담화문에서도 점거 농성을 자진 해산할 경우 교섭을 주선하는 등 최대한 선처할 계획이라는 뜨뜻미지근한 태도를 보였다.

공권력이 이처럼 포스코 불법점거 사태에 무기력한 대응으로 일관한 배경엔 허준영 학습효과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

지난해 말 경찰의 농민시위 진압 과정에서 시위 농민 2명 사망이 허준영 당시 경찰청장의 경질을 불러왔다는 점에서 경찰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려 했다는 것.

당시 시위 농민 사망 직후 허 전 청장의 경질 여부가 논란을 빚을 때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은 시위 농민이 2명이나 사망한 것은 군부독재 시절에도 없던 일이라며 경찰 책임론을 밀어붙였고, 결국 허 전 청장은 옷을 벗어야 했다.

정부의 미온적 대응은 점거농성을 주도하고 있는 이지경 포항지역 건설노조위원장의 이력과도 무관치 않은 듯하다. 민주노동당 경북도당 부위원장인 이 위원장의 부인이 531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경북도의원이라는 점에서 여권은 사태 초반부터 강경 대응으로 민노당을 자극하지 않으려 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경찰의 미숙한 대응도 사태 악화에 일조했다.

13일 포항지역 건설노조원들이 포스코 본사에 진입할 당시 경찰력은 고작 500여 명에 불과해 수천 명의 노조원을 막지 못했다. 이후 경찰력을 7000여 명으로 대폭 늘렸으나 건물 구조상 진입이 어렵다는 현실적 문제까지 겹쳐 해산 작전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은 15, 16일 두 차례 포스코 본사 건물에 진입을 시도했지만 노조원들의 자진 해산을 설득하는 데 급급했다.

청와대가 뒤늦게 강경 대응 방침으로 선회한 것은 사태를 더 방치하면 후유증이 심각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국내 경제에 미칠 파장이 심상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작용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처음부터 청와대가 개별 사안에 개입할 경우 사태를 확산시키려는 농성 노조원들의 전략에 말려들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신중하게 대응했다고 말했다.



정연욱 이권효 jyw11@donga.com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