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북정권 캐릭터 바꾸겠다?

Posted July. 25, 2006 03:53   

中文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올해 1월 워싱턴 조지타운대에서 주목할 만한 연설을 했다. 꽤 긴 연설이었지만 핵심은 미국에 안겨 줄 당장의 이익보다는 정권의 캐릭터(character성격)를 따져 가며 외교 상대를 사귀겠다는 말로 요약된다.

그날의 발언록을 뒤져 보면 21세기의 위협은 국가와 국가 사이에서 오는 게 아니라 국가 내부에서 온다. 정권의 근본적인 캐릭터가 국가 간 세력균형(balance of power)보다 중요하다는 문구가 눈에 확 들어온다.

라이스 장관은 원래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으로 대표되는 현실주의적 세력균형론자의 적통()을 이어받은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지금은 현실주의 철학 대신 정권의 근본적 캐릭터를 강조하고 있다. 이상주의자로 노선 변화를 꾀하는 듯한 대목이다.

21일 그가 중동 순방길에 나서면서 한 말은 특히 의미심장했다. 당장의 휴전보다는 영구평화와 안보의 길을 찾겠다. 레바논 사태를 언급한 말이지만 조지 W 부시 행정부 아래에서 더는 현상유지 외교란 없다는 철학이기도 했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빌 클린턴 행정부 때의 대북협상론자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그리고 한국외교 사령탑이 찔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론이지만 1994년 제네바 합의는 실패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일단 동결하는 대가로 미국은 중유를, 한국은 경수로 건설이라는 부담을 떠안았다. 그러나 이 합의는 2002년 북한의 우라늄핵 개발로 휴지조각이 돼버렸다.

라이스 장관의 발언을 북한 문제에 대입하면 제네바 합의식의 응급조치 외교는 않겠다는 뜻이 된다. 1월 연설 내용대로 북한 지도부의 근본적인 캐릭터를 고쳐 놓겠다는 의지가 녹아 있는 말이기도 하다는 게 외교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동맹과 민족을 두 손에 올려놓고 고민하는 참여정부 당국자에겐 라이스 장관의 연설문이 부담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김승련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