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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행글라이더 타다 구름에 갇힌 기분

협상? 행글라이더 타다 구름에 갇힌 기분

Posted September. 09, 2006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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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 3차 협상 이틀째인 7일 오후 9시 반(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주 시애틀 웨스틴호텔 4층 기자회견장에 들어서는 김종훈 한국 측 수석대표는 굳은 표정이었다.

목이 타는 듯 단상에 올라서자마자 바로 물을 한 모금 들이켰다.

그에겐 무척 긴 하루였다.

김 대표는 이날 한미 FTA에 반대하는 원정 시위대에 막혀 자칫하면 협상장소인 컨벤션&트레이드센터 부속건물(옛 역사산업박물관)에 가지 못할 뻔 했다.

오전 8시 시위대는 협상단 숙소인 웨스틴호텔 앞에서 기습 시위를 벌였다. 전날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이 기자회견장에서 이야기를 하던 도중 협상단의 일원이 마이크를 꺼버린 데 대한 항의였다.

시위대는 서너 명씩 나눠 호텔의 주요 출입구를 지키고 서서 김 대표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이들은 국민 대표 무시하는 김종훈을 반대한다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김 대표의 직접 사과를 요구했다.

김 대표는 시위대가 철수하기를 기다렸다가 협상장소로 향하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협상단 수석대표가 협상장소에 가지 못하는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다.

협상 이틀째인 이날 브리핑에선 다소 진전된 내용이 발표됐다.

김 대표는 미국이 자국의 취약분야인 섬유 시장의 개방속도를 당초 계획보다 앞당기겠다는 뜻을 한국 측에 전해 왔다고 밝혔다.

미국은 당초 자국 섬유시장을 즉시 3년 내 5년 내 10년 내 기타 등 5단계로 나눠 개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모든 섬유시장을 5년 내에 개방하라는 한국의 의견을 어느 정도 수용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무역구제 분야에서도 미국은 반()덤핑 등에 대해 협상대상이 아니다는 종전 입장에서 벗어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협상에 관한 한 세계 최고라는 미국과 맞붙어 성과를 내고 있는 것.

한미 FTA 협상은 총 19개 분과에서 진행된다. 각 분과장은 군대로 치면 장수들이고 수석대표는 전쟁터에서 이들을 지휘하는 총사령관이다.

그는 매일 밤 분과장들을 만나 그날의 협상결과를 보고받고 다음 날 전략을 상의한다. 전투를 치르듯 날선 긴장의 연속이다.

그러나 오히려 어려운 것은 자국민을 설득하는 국내 협상이다.

협상이 시작하기도 전인 5일 한국에서 국회의원들이 국회 동의를 안 받은 한미 FTA는 위헌이라며 소송을 제기한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맥이 풀리는 소식이었다.

평소 행글라이더를 즐기는 김 대표는 행글라이더를 타다 구름 속에 갇힌 기분이라고 말했다.



홍석민 sm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