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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노사윈윈선

Posted September. 11, 2006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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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건조한 선박()의 이름을 여성이 짓는 전통은 중세 초 북유럽의 바이킹족에서 유래했다. 바이킹족은 새 배를 만들면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안전 운항과 풍요를 비는 의식()의 하나로 처녀를 제물로 바치는 풍습이 있었다. 그러다가 이런 잔인한 풍습이 사라지고 천주교의 세례 의식이 도입됐다. 완성된 배를 물에 처음 띄우면서 선주()의 아내나 딸이 배의 대모()로서 자식의 이름을 지어 주는 것이다.

진수식()의 하이라이트는 선박과 진수식장을 연결하는 밧줄을 손도끼로 끊어 배를 바다로 떠나보내는 의식이다. 아기가 태어나면 산모와 연결된 탯줄을 자르는 것을 연상케 한다. 서양에서 배를 여성(she)으로 호칭하는 이유에 대해선 설이 분분하다. 일부에서는 이를 성차별적 용어라고 비판하지만 선박은 여성처럼 다루기 어렵고 예측불허인지라 안전한 항해를 기원하는 선원들의 바람이 담겨 있다고 한다.

독일의 대표적 선사()인 콘티사가 현대중공업에 발주한 4300TEU급 컨테이너선의 명명식이 8일에 있었다. 콘티 측은 노사분규 없이 품질 좋은 배를 예정된 기일보다 2개월 앞당겨 건조해 줘서 고맙다며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의 아내 조미숙(42) 씨에게 이 배의 작명을 부탁했다. 선주의 여성 가족이나 선사의 여성 임원이 맡아 온 작명 스폰서에 선박 제조사 노조위원장의 아내가 초대된 것은 이례적이다. 조 씨는 일생의 영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월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은 8억 달러짜리 해상원유생산저장설비를 발주한 미국 엑손모빌사에 일감을 줘서 고맙다는 편지를 보냈다. 엑손모빌은 현대중공업 노조에 공기()를 단축하고 품질에 하자가 없도록 하라는 조건을 잘 지켜 줘서 고맙다며 1000만 달러의 격려금으로 화답했다. 현대중공업 노사의 12년 무()분규 기록은 저절로 세워진 것이 아니었다. 그 열매는 노사가 함께 따먹고 있다. 노사가 힘을 합쳐 만들고 조 씨가 이름 붙인 CMA CGM 자마이카호의 순항을 빈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