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2일 장기간 해외순방으로 쌓인 피로로 몸살이 걸려 지방방문 일정을 취소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강원 정선군청에서 열리는 신활력사업 성과보고회에 참석한 뒤 정선의 생약초시장 등을 둘러볼 예정이었으나 청와대 출발 직전인 오전 7시 반에 행사 불참을 결정했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오늘 아침 대통령이 피로감을 얘기했고 참모들도 지방 일정을 취소하는 게 좋겠다고 건의해 이렇게 결론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행사 취소 후 노 대통령은 본관 집무실에 나가지 않고 관저에 머물며 휴식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이 건강상 이유로 예정된 행사에 불참한 것은 취임 후 사실상 처음이다. 취임 첫해인 2003년 9월 광주 전남지역 언론사 회견을 하루 앞두고 눈 다래끼가 생겼다며 취소한 적이 있으나 이는 외관상 보기가 안 좋다는 이유였다.
노 대통령은 평소 오전 5시에 일어나 밤늦게까지 인터넷과 독서를 즐기는 타고난 건강 체질이어서 이번 행사 취소를 둘러싼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우선 노 대통령의 해외순방(316일)이 취임 후 최장기간이어서 피로를 해소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기간에 노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등 총 11차례 단독 정상회담을 했다.
이 때문인지 20일 사회서비스분야 좋은 일자리 창출 보고회를 주재한 노 대통령의 목이 잠겨 있었다고 행사 참석자들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몸뿐 아니라 마음도 편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북한 핵 문제가 의제였던 한미 정상회담에 집중하느라 상당히 신경을 썼는데도 귀국 후 정상회담의 성과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노 대통령이 지명한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국회 임명 동의가 세 차례나 무산되면서 헌재소장 공석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 것도 노 대통령의 심사를 편치 않게 했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정연욱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