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어설픈 대북투자 수렁에 빠진 현대

Posted October. 11, 2006 06:49   

中文

북한이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하고 핵실험을 강행한 뒤 현대그룹 임직원들은 침통하고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안보위기가 높아지면서 대북()사업을 맡는 계열사인 현대아산이 진행해 온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사업이 자칫하면 모두 좌초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본격화되면 한국 정부도 북한을 징계하는 것이 불가피하며 이때 가장 먼저 거론되는 수단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의 중단이다.

이들 사업이 중단되면 현대아산은 치명타를 입게 된다. 상황 전개에 따라서는 그룹 전체의 운명에도 암운()이 드리울 수 있다.

현대그룹은 김대중 정부 이후 철저한 사업성 검토 없는 무리한 대북사업에 다걸기(올인) 했다가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그 배경에는 총수의 독단적인 판단과 정치권력과의 정경유착이 있었다.

현대그룹은 햇볕정책을 추진하던 DJ 정권과 유착해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직전 4억5000만 달러를 북한에 불법 송금했다. 이 그룹이 지금까지 대북사업에 쏟아 부은 돈은 이를 포함해 1조5000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별다른 실익을 올리진 못했다. 오히려 그룹은 큰 상처를 입었고 불법 대북송금사건 수사 과정에서 당시 그룹 총수인 정몽헌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불행한 일까지 벌어졌다. 최근에는 북한이 단물이 빠진 현대를 주요 사업에서 제외시키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한 대기업 임원은 대북사업이 실패로 결론 나면 현대그룹은 국가경제에 큰 부담을 줬다는 부정적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며 정치적 판단으로 무리한 대북투자를 했다가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그룹에 대북사업이 계륵() 같은 존재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집권세력이 대북관계를 국내 정치에 이용해 오면서 현대는 겉잡을 수 없는 수렁에 빠져들게 됐다며 이제는 대북사업을 포기하고 싶어도 포기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고 분석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무리한 햇볕정책의 최대 피해자는 현대그룹이란 말까지 나온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대의 비극은 특정 기업이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될 경우 정치 상황이 변하면 그 기업은 큰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박정훈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