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정현(30) 씨는 지난 주말 여자 친구와 청계천을 따라 걸으며 데이트를 즐겼다.
점심은 지하철 을지로입구역 주변의 패밀리레스토랑에서 해결했다. 내친김에 여자 친구에게 옷을 선물하기 위해 명동까지 걸어갔다.
이처럼 주말이면 청계천 나들이로 시작해 명동에서 쇼핑까지 하는 커플 및 가족이 늘었다. 그 덕분에 종로 을지로 명동 일대 상권이 이어지고 확장되는 등 지각변동을 맞고 있다.
주목받는 종로을지로명동 도보() 벨트
명동 상권 확장의 대표적인 사례는 명동과 청계천 사이에 있는 을지로입구역 근처와 무교동 일대.
명동의 중심 상권인 중앙로와 바로 연결되는 을지로입구역 주변에서는 최근 패밀리레스토랑이 격전을 벌이고 있다. 역을 중심으로 반경 50m 이내에 T.G.I. 프라이데이스, 아웃백스테이크 하우스, 브루스케타, 베니건스 등이 속속 들어선 것.
브루스케타 김경태 매니저는 을지로입구역 주변은 명동 중앙로와 종로를 이어 주는 길목이어서 외식업체들이 주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싼 임대료도 장점이다. 을지로입구역 주변 평균 임대료는 보증금 1억 원, 월세 3000만 원으로 명동역 근처의 보증금 5억 원, 월세 5000만 원에 비해 저렴하다.
을지로입구역 주변 임대료는 앞으로 꾸준히 뛰어오를 전망이다. 부동산에 눈이 밝은 외식업체 점포개발팀이 결정한 입지는 통상 상권으로서의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주말이면 썰렁한 분위기였던 무교동 일대도 청계천 복원 이후 급속히 달라지고 있다.
이곳에서 한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A 씨는 전에는 주변이 온통 업무용 빌딩이라 주말이면 아예 셔터를 내렸는데 요즘은 청계천 나들이객 덕분에 주말에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며 청계천 복원 이후 매출이 20%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편의점업체 훼미리마트의 류왕선 점포개발팀 과장은 최근 청계천을 따라 종로을지로명동을 잇는 도보 벨트가 뜨면서 명동 상권이 꾸준히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청계천 파급효과 명동 중심으로 확산
청계천의 파급효과는 명동 중앙로 일대 상점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명동상가번영회 김재훈 사무국장은 청계천이 복원된 뒤 식당과 신발상가의 매출이 늘고 있다며 명동 중앙로에 있는 상점들도 청계천의 혜택을 보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로드숍만 몰려 있던 이곳에 대형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서는 것도 달라진 모습이다.
중앙로 인근에 지상 10층, 지하 4층 규모로 오피스텔 100채와 상가가 함께 들어서는 아르누보 센텀 신성권 분양팀장은 확산되는 명동 상권과 을지로 일대 직장인들을 타깃으로 사업을 계획했다고 말했다.
명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문화관광부가 내년에 개관할 예정인 국립극장까지 명동에 들어서면 청계천 효과와 시너지 작용을 일으켜 명동 상권을 크게 변모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명동 상가 임대료도 뛰어 오르고 있다. 외국계 부동산컨설팅 업체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명동의 올해 연간 평균 임대료는 평당 1328만7466원으로 2000년의 728만4000원에 비해 갑절 가까이로 올랐다.
강남역 주변 상권보다 평당 약 55만 원이 더 비싼 것으로 위협받던 핵심 상권의 자리를 굳히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상운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