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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너있다.

Posted December. 09, 2006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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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싱글싱글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노루페인트(경기 안양시 만안구 박달동)의 김용목 노조위원장은 연말 보너스 지급일이 가까워지면서 한결 입이 무거워졌다. 올해도 그는 보너스에 관해 사측에 아예 입을 다물 작정이다.

요구사항이 있어도 회사에 말을 못해요. 너무 팍팍 들어주니까.(웃음) 올해도 성과가 좋으니 말 안 해도 100% 이상 성과급이 나올 겁니다.

큰 기업도 작은 기업도 어렵다, 어렵다하는 세밑, 김 위원장은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임금 깎자는 노조, 올리자는 회사

페인트 업계 2위 기업인 노루페인트는 올해까지 8년 연속 무분규 무교섭 협상을 이뤄 냈다. 3월 말 있었던 올해 임금협상은 1시간 만에 끝났다.

2002년 임금협상 때는 희한한 논쟁이 벌어졌다.

올해 인상은 5% 선에서 제한하죠.(노)

5%요? 회사 실적을 보면 8%는 돼야 하지 않나요?(사)

오늘만 먹고 내일 굶을 건 아니잖습니까. 길게 봅시다. 길게.(노)

임금을 조금만 더 받겠다는 노조와 그보다는 더 많이 줘야겠다는 사용자.

노루페인트 노사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어두웠던 1998년의 터널이 있었다.

그해 노루페인트(당시 대한페인트잉크)는 창립 53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업계에는 노루는 다 망했다란 소문이 흉흉하게 떠돌았다.

모두 함께 죽느냐, 살길을 찾아보느냐는 갈림길에서 먼저 결단을 내린 건 직원들이었다.

노조가 먼저 회사의 해고를 받아들이겠다고 했습니다. 1000여 명의 직원 중 300명가량이 자진해 회사를 떠났죠.(김장호 인사총무팀장)

떠나는 노조원들이 믿은 건 회사가 살아나면 모두 복직시키겠다는 약속 하나였다.

동료들을 떠나보낸 직원들은 상여금을 반납했다. 연월차 수당, 특근비도 받지 않았다.

직원들의 살을 깎는 노력 덕분에 경영 상황은 빠르게 회복됐다.

회사는 약속을 잊지 않았다. 해고 이듬해부터 직원 복직 작업에 들어가기 시작한 사측은 2001년 8월, 마침내 복직을 원하는 200여 명 모두를 다시 회사로 불러들였다.

노조가 생긴 1987년부터 갈등과 파업이 계속됐던 노사관계가 신뢰에 바탕을 둔 상생의 관계로 대전환을 맞은 순간이었다.

역지사지()의 노사, 내 안에 너 있다

위기 이후 회사 경영진은 매달 직원들에게 월례 실적을 브리핑하고 직원들의 고충과 제안을 들었다.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이익 창출을 하고 싶으면 먼저 해야 할 일은 소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임우선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