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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주권은 국민 호도하는 주장

Posted December. 14, 2006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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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사령관을 비롯한 주한미군 장성들과 어떤 의견을 나눴나.

대다수 참석자는 현 안보 상황에서 미국이 전시작전권 이양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한미연합사의 능력을 잘 아는 역대 부사령관들이 한미동맹과 국익을 위해 사심 없는 조언을 한 것이다. 벨 사령관은 한반도 방위 공약은 변함없을 것이니 믿어 달라고 했다.

벨 사령관은 미군이 보완전력(bridging capability)을 제공하면 한국군이 2009년에 전시작전권을 환수할 수 있다고 했는데.

현 정부 들어 정치권과 일부 반미단체의 반미감정으로 한미동맹은 굳건한 상호 신뢰를 잃어버렸다. 불타는 성조기를 보면서 미국 의원과 국민이 어떤 생각을 했겠나.

정부는 전시작전권 환수가 군사주권과 자주군대의 핵심이라고 한다.

나 홀로 안보를 책임지겠다는 나라가 어디 있나. 미국도 많은 동맹국과의 군사교류 및 연합작전을 강조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왜 미군사령관에게 작전권을 맡겨 놓았겠나. 군사주권 운운하는 것은 한국이 미국의 군사종속국이라는 잘못된 인식으로 국민을 호도하는 주장이다.

국방부는 한미연합사가 해체되더라도 군사협조본부를 만들어 유사시 미 증원 전력이 차질 없이 전개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625전쟁과 베트남전쟁을 다 치러 본 경험으로 얘기하면 연합작전체계와 협조체계는 엄연히 다르고 작전의 효율성은 비할 바 못된다. 한미연합사가 해체되면 미국의 한반도 공약은 의무에서 협조로 격하될 것이다.

북한이 핵을 보유한 상황에서 한미연합사가 해체되면 어떤 영향이 초래될까.

한미 연합작전계획에는 재래전과 핵을 비롯한 모든 유형의 적 도발에 대한 대비 계획이 포함돼 있다. 새로 군사협조본부가 만들어지고 독자적인 작전계획을 세우면 핵 대비 계획이 지금 수준으로 들어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미연합사가 한국의 안보에 어떤 기여를 했다고 평가하나.

북한의 숱한 도발과 군사적 위협 때마다 굳건한 안보 버팀목이 됐다. 일례로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때 미 7함대 소속 항공모함과 주일미군의 항공 전력이 즉각 전개될 수 있었던 것도 한미연합사의 작전계획 덕분이었다. 경제 군사적 혜택은 물론 세계 최강국과 강력한 연합지휘체계를 유지했기에 중국과 일본, 러시아도 한국을 함부로 대하지 못했던 것 아닌가.

한미연합사의 산증인으로 전시작전권 환수와 연합사 해체를 둘러싼 국론 분열을 지켜보는 심정은.

지난달 한미연합사 창설 28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과거 연합사 창설에 들인 공을 생각하며 참으로 착잡했다. 한미연합사가 더 필요한 시점에서 오히려 해체한다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윤상호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