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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본 2006 취업 풍속도

Posted December. 18, 2006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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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언제 오나.

2006년 취업시장은 많은 젊은이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몇 년째 계속된 일이다.

올해 2029세 청년 취업자는 1984년 이후 22년 만에 가장 적었다. 구직자들은 취업 과외까지 받으며 일자리를 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구직자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소식이지만 내년 취업시장은 올해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발표한 2007년 500대 기업 일자리 기상도에 따르면 매출액 500대 기업의 내년 신규 채용 규모는 4만9602명으로 올해 예상 규모(5만2123명)보다 5.1%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끝없는 겨울이 이어진 올해 취업시장의 이모저모를 5개의 키워드로 정리했다.

취업 사교육

본보 조사 결과 구직자 3명 가운데 1명은 취업을 위해 사교육을 받고 있었다. 이들이 월평균 지출하고 있는 사교육비는 43만 원. 주로 어학과 실무 교육에 돈을 들였다.

취업을 위해 어학연수를 다녀오는 것은 구직자들의 필수 코스가 됐고 대기업 입사를 위한 족집게 과외도 성행했다. 기업들이 면접 비율을 높이자 면접 요령을 가르쳐 주는 스피치 학원이 돈을 벌었다. 일자리를 위해서라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구직자들의 안타까운 심리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노인 구직 열기

아들은 언제 직장을 그만둘지 불안하고 손자는 취직이 안 되니 마냥 손을 벌리기도 미안하다. 노인들이 일자리를 찾기 위해 나섰다. 올해 서울시 고령자취업알선센터를 찾은 55세 이상 구직자는 지난해에 비해 45%가량 늘어났다.

또 취업정보 제공업체 잡코리아에 따르면 60대 이상 구직자의 38.7%는 대졸 이상 고학력 노인이었다. 이들 가운데 22.7%는 평생 일하고 싶다라고 답했고 70세나 75세까지 일하고 싶다는 노인은 52.6%나 됐다.

그러나 정작 이들을 받아 줄 일자리는 많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급여 수준도 낮았다. 취업 노인 가운데 약 38%는 일당 2만 원 미만의 보수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확산되는 영어 면접

대기업의 70%가 신규 인력을 채용할 때 영어 면접을 봤다. 영어시험 점수보다 실제로 업무에서 사용하는 영어 실력에 초점을 맞췄다. 삼성그룹과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토익 점수가 높아도 기본적인 영어 회화를 못하면 채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런 흐름은 점수보다는 실무를 선호하는 기업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상당수 제조업과 금융권이 지원자의 토익 점수 자격을 낮추거나 없앴지만 영어 회화와 면접은 강화했다. 이 틈을 타고 영어 면접에 대비한 각종 학원과 인터넷 사이트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청년 실업과 한국형 프리터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도 모자라 이구백(이십대 90%가 백수)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대 청년 실업률은 7.4%(11월 기준)로 전체 실업률(3.3%)의 두 배가 넘었다. 또 11월까지 월평균 20대 취업자는 406만3000명으로 1984년 400만2000명 이후 가장 적었다.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젊은이들은 아르바이트에 매달렸다. 시간과 조직 생활에서 자유롭고자 하는 일본형 프리터가 아니라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한국형 프리터가 생겨났다.

공무원과 공기업 인기

요즘 한국의 젊은이들이 가장 일하고 싶은 곳은 산업계의 첨단을 달리는 정보기술(IT) 업체도 아니고 돈의 흐름을 배울 수 있는 금융계도 아니다. 바로 안정적인 공기업이다. 취업 전문업체 커리어의 조사에 따르면 구직자의 20.4%가 공기업을 가장 일하고 싶은 곳으로 택해 IT(14.2%)와 금융(12.3%) 업종을 제쳤다.

또 올해 서울시 79급 공무원 임용시험에는 932명 채용에 15만1150명이 지원해 162 대 1이라는 살인적인 경쟁률을 보였다. 공인회계사, 세무사, 관세사 등 이른바 사()자가 붙은 전문 자격증 소지자들도 공무원이 되기 위해 시험을 보고 있다. 전문자격증의 희소성이 사라진 데다 공무원만큼 안정적인 직장도 드물다는 것이 이들의 말이다. 국가 전체를 위해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지만 장기 불황과 고용 불안이 낳은 서글픈 현실이다.



주성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