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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의 동맥, 저 박동소리가 들리는가

Posted December. 30, 2006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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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설악산, 해발 7000피트(약 2500m) 상공에서 내려다보는 설악산은 실핏줄 같았다. 눈이 쌓인 곳과 녹은 곳의 음영이 만들어 내는 착시였다.

백두대간이라는 동맥에서 뻗어 나온 핏줄은 설악산, 소백산 같은 실핏줄로 이어졌다. 실핏줄들이 우리 산하에 신선한 피를 보내 주고 있었다.

그 산과 산 사이로 황토빛 젖줄이 용틀임하며 굽이쳐 흘렀다. 국토는 힘차게 박동하고 있었다. 아, 아름다운 산하여.

클리어 포 테이크 오프(clear for take off)!

이륙 허가를 알리는 지상관제소와의 무선교신 직후. 쿵 하는 굉음을 내며 2만9000파운드짜리 터보 팬 엔진이 최고 출력으로 불을 뿜었다.

심장은 터질 듯 요동쳤다. 양손은 식은땀으로 흥건했다.

몇 초 뒤. KF-16 전투기의 육중한 기체가 용수철로 튕기듯 땅을 박차고 올랐다. 엄청난 가속력으로 온몸이 뒤로 젖혀졌다.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새 솜털 같은 구름 위. 1만5000피트(약 5000m) 상공이었다.

구름 위 하늘은 고요했고, 또 눈이 시리도록 푸르렀다. 저 멀리서 찬란한 태양이 금빛 햇살을 비추며 조물주처럼 우리의 하늘과 땅을 지켜 주고 있었다.

22일 낮 중부전선의 공군 19전투비행단 159전투비행대대. 기자는 충청 내륙과 동해 지역의 초계비행에 나선 KF-16 전투기에 조종사들과 동승했다. 비행에는 159비행대대장인 변철구(44공사 34기) 중령을 비롯해 올해의 탑건인 김재민(34공사 44기) 소령, 전상국(36공사 42기) 소령, 오충원(공사 47기) 대위 등 베테랑 파일럿들이 참가했다.

임무 지역으로 이동한다.

기체 밖으로 펼쳐진 장관에 넋을 잃은 기자의 헬멧 속 헤드폰으로 전 소령의 음성이 들렸다. 다시 구름을 뚫고 7000피트 상공까지 하강해 시속 800km로 비행한 지 10여 분. 강원 영월군과 정선군을 지나 어느덧 경북 울진군 상공에 도착하자 기체 왼편으로 동해의 푸른 해안선이 끝없이 펼쳐졌다.

기수를 돌려 강원 강릉으로 북상하면서 바라본 동해는 태양빛에 반사돼 은빛으로 넘실거렸다.

세밑, 이 아름다운 땅과 바다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한미연합사령부 해체 추진 같은 내부의 위협은 또 어떤가.

이제부터 전술요격(TITactical Intercept) 훈련에 들어갑니다.

어느새 날아왔는지 30여 m까지 근접한 2대의 KF-16 전투기들을 포함해 기체들이 훈련 대형을 갖췄다.

전술요격은 영공을 침범한 적기와 근거리 및 원거리에서 공중전을 벌여 공대공 미사일로 격추하는 훈련. 시속 1500km를 넘나들며 근접 전투기동을 할 때 조종사는 몸무게의 최대 9배에 이르는 중력가속도(G)를 견뎌야 한다. 일반인은 6G 이상이면 몇 초 안에 실신할 만큼 중력가속도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욱 하는 신음을 내뱉으며 이를 악문 채 가쁜 숨을 몰아쉬길 여러 차례. 더는 못 참을 것 같은 순간 전투기들은 기지로 귀환한다며 기수를 돌렸다.

온몸이 땀에 젖은 기자가 잘 견뎠다고 격려하는 조종사들과 포옹을 나누자 목구멍 아래서 뭉클한 것이 올라오는 듯했다. 군에 가서 몇 년씩 썩히지 말고 국방비로 떡 사먹었나 같은 군 비하 발언 속에서도 조국의 영공을 수호한다는 책임감만으로 묵묵히 전투기에 오르는 이들이 진짜 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생각이 문득 스쳐갔다.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