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새해 10대 중점 추진 과제 중 하나로 사법부의 인권 관련 재판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겠다고 나서 논란이 예상된다.
인권위 김인재 인권정책본부장은 11일 서울 중구 인권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07년 업무계획을 공개하면서 인권 관련 판결의 국제 동향과 기준, 인권위의 활동사항 등을 법원과 헌법재판소에 제공해 인권기준이 재판실무에 주요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위가 출범 후 5년간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사법부에 의견을 제출한 사례는 두 건밖에 없다.
인권위의 인권 관련 재판에 대한 의견 표명은 사법부와의 마찰 가능성과 실효성 문제로 그동안 논란을 빚어 온 사안이다.
인권위는 국가인권위원회법 28조에 따라 인권의 보호와 향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재판이 계속 중인 경우 법원 또는 헌법재판소의 요청이 있거나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그러나 인권위는 사법부의 판단에 국가기관이 의도적으로 영향을 행사하려 한다는 지적 때문에 의견 표명을 자제해 왔으며 진보적인 시민단체는 인권위의 이런 방침을 비판해 왔다.
인권위가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의견을 제출한 것은 2003년 3월 호주제 폐지에 관한 의견과 같은 해 6월 가죽 수갑 등 감옥에서 쓰이는 형벌도구에 대한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것 등 총 2건이다.
인권위는 또 새터민 인권 증진 시설 생활인과 장애인 인권 증진 국제결혼자와 이주 노동자 인권 증진 인권 침해 및 차별 판단 지침 수립 등을 신년 중점 추진과제로 발표했다.
인권위의 이런 방침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서강대 법학과 임지봉 교수는 그동안 인권위가 사법부 관련 인권 침해에 대해서는 소극적으로 대응해 왔다며 인권위 법에 명시된 것과 같이 재판부에 대해 법적 권한이 없는 의견 제출을 하는 것은 인권위의 권리라고 말했다.
반면 숭실대 법학과 강경근 교수는 인권위의 의견 제출이나 권고가 강제력 없는 권고적 효력이라고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법적인 재판권 침해는 아닐지라도 국가기관의 의견에 재판관이 심리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인권위 측에서는 영향력 없는 의견을 남발함으로써 그 권위마저 추락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법원의 한 관계자는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한 뒤 앞으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의견을 개진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인권위의 방침에 대해 판단을 유보했다.
최우열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