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과 월드컵 축구 가운데 지구촌 지존의 이벤트를 가리기는 쉽지 않다. 2004년 아테네 하계올림픽에는 세계 202개국에서 1만6500명의 선수단이 참가했다. 규모 면에선 올림픽이 크게 앞선다. 반면에 TV 시청자 수는 월드컵이 우위에 있다. 아테네 올림픽 시청자 수가 연() 200억 명이었던 데 비해 2006년 독일 월드컵은 330억 명이 시청했다.
하계올림픽과 동계올림픽 중에선 어느 쪽이 앞설까.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는 역대 최다인 82개국에서 2600명의 선수단이 참가했다. 외형적으론 하계올림픽이 압도적 우위에 있으나 영향력 면에선 동계올림픽도 만만치 않다. 동계스포츠는 종주국 지역인 유럽과 미국 등 경제력 있는 나라가 주도한다. 눈이 내리는 지역이 아니면 전천후 시설을 갖출 수 있는 곳에서 가능한 게 동계스포츠다. 가난한 나라들은 엄두를 못 낸다. 선진국 스포츠인 만큼 개최국은 톡톡한 경제 효과를 챙긴다.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를 선정하기 위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조사평가단이 후보 장소인 평창을 찾았다. 4년 전의 좌절을 딛고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려는 강원도의 염원이 이뤄지면 한국은 하계올림픽과 월드컵 축구에 이어 동계올림픽까지 주최하는 트리플 크라운 국가로 발돋움한다. 지금까지 이들 세 대회 개최의 영예를 누린 나라는 미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등 5개국뿐이다. 다 세계를 이끌고 있는 선진국이다. 한국이 6번째 나라가 되면 국가 위상이 크게 높아질 것이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때 올림픽을 잘 치러 보자며 우리 사회가 똘똘 뭉쳤던 기억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국민이 많다. 2002년 월드컵 4강으로 하나가 된 우리의 가슴은 또 얼마나 벅찼던가. 월드컵 때 대한민국을 외치던 한국은 불과 몇 년 만에 갈등의 소용돌이에 빠져 버렸다. 동계올림픽 유치가 선진국 진입과 사회 통합에 힘이 될 수 있을까. 현장을 찾은 조사단을 향해 한마음으로 예스, 평창을 외치는 평창 주민들에게서 긍정적인 미래를 본다.
홍 찬 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