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TV 뉴스는 인천 송도신도시의 더 프라우 오피스텔 현장에서 청약접수를 이틀 앞둔 10일 새벽부터 만들어진 긴 줄을 보여줬다. 영하의 추위지만 텐트도 여럿 설치돼 있었다. 청약대기자들끼리 나눠 가진 대기 순번표 중 앞 번호는 장당 수십만 원을 호가했다. 칼바람을 맞으면서도 털옷에 파묻혀 활짝 웃는 앞 번호 대기자들은 7000만1억 원의 P(프리미엄)를 손에 쥐는 상상에 한껏 들뜬 듯했다.
투기과열지구라도 오피스텔은 주택이 아니므로 전매가 허용되며 청약통장도 필요 없다. 분양 추첨에 탈락하면 청약신청금을 즉시 돌려받는다. 게다가 코오롱건설이 분양하는 이번 오피스텔의 평당 분양가는 650만 원으로 주변 시세보다 평당 500만 원가량 싸다는 분석도 나왔다. 현장의 열기는 신청금 3500만 원씩 들고 빨리 모이라는 외침으로 전달됐을 법하다. 123가구 분양에 수만 명이 몰려 수백 대 1의 경쟁이 예상된 게 오히려 자연스럽다. 그렇다면 왜 인터넷청약을 하지 않았을까.
청약접수는 금세 중단됐다. 밤샘 대기자들의 줄과 어제 아침에 새로 생긴 줄이 엉키면서 몸싸움이 벌어진 탓이다. 코오롱건설 측은 불가피하게 인터넷청약으로 전환하기로 했으며 은행과 협의 후 청약일정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피할 수 있었던 소동을 겪은 게 아쉽다. 이 오피스텔이 자리 잡은 국제업무단지는 173만 평 규모로 2002년부터 개발돼 왔다. 그동안 업무시설 투자는 저조한데 주거시설을 늘려 지어 개발이익만 챙긴다는 비판을 듣던 곳이다. 국내외 기업투자신청 행렬이 이번처럼 3km의 장사진이 아니라 300m만 됐어도 좋았을 텐데.
송도 광풍()으로 확인된 것은 투기대기 자금이 여전히 풍부하다는 사실이다. 정부의 초정밀 세금폭탄은 거래를 위축시키고 집값 방향을 틀어놓기는 했지만 투기성 자금이 생산부문으로 흘러가도록 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집값 잡기만 목표로 해온 부동산대책의 한계요 역설이다. 정부의 아파트 분양가 인하 유도방침도 청약광풍을 확산시킬 공산이 크다.
홍 권 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