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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로펌 법률지식만 제공 규모-실력 키워야 살아남아

한국로펌 법률지식만 제공 규모-실력 키워야 살아남아

Posted April. 13, 2007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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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법률시장 개방이 불가피해졌다. 국내 로펌들이 경쟁력을 시급히 갖추지 못하면 시장 개방 이후 심각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이는 본보가 미국에서 20대 로펌에 드는 4개 글로벌 로펌의 동아시아 지역 책임자(파트너 변호사)와 국내 로펌의 국제중재 전문변호사 등 5명에게 법률시장 개방 이후의 전망에 대해 의견을 물은 결과다.

본보는 11, 12일 이틀 동안 법무법인 태평양 김갑유 파트너 변호사, 시들리 오스틴(홍콩) 알렌 김 파트너 변호사, 화이트 & 케이스(미국 뉴욕) 에릭 윤 파트너 변호사, 심프슨 새처 & 바틀릿(홍콩) 박진혁 파트너 변호사, 클리어리 고틀리브 스틴 & 해밀턴(홍콩) 한진덕 파트너 변호사 등 5명을 직접 만나거나 전화 또는 e메일을 통해 인터뷰했다.

이들은 내실을 갖추고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를 키우지 않으면 법률시장이 완전 개방됐을 때 과거 독일에서 토종 로펌들이 초토화된 것처럼 외국 로펌에 고급 인재를 빼앗기거나 구조조정을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국내 로펌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실력을 키우고 고객 중심의 마인드를 갖춰야 하며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등의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들은 기업 업무를 맡고 있는 한국의 변호사들이 매우 우수한 자질을 갖췄고, 1998년 이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기업 인수합병 사건 처리 등을 통해 상당한 경험을 쌓은 것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들은 한국 변호사들은 자신들의 역할을 단순히 법률지식을 제공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법률지식은 기본이며, 고객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해결책까지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뢰인인 기업의 비즈니스 목표는 물론 재무제표 및 회계 문제, 해당 산업분야에 관한 지식 등에 이르기까지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

일례로 한미 FTA 협상 초기 한국 협상단은 국내에서 5위 안에 드는 한 토종 로펌에 협상 전반에 관해 조언을 구한 적이 있다. 국제통상 및 법률 지식과 관련 법규의 해석 등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로펌이 작성해 제출한 보고서의 내용과 수준이 문제가 돼 자문계약이 취소됐다. 미국 측과의 협상 실무는 물론 법률 지식과 이론의 측면에서도 기대 이하였기 때문.

이후 한국 협상단은 미국 로펌인 스텝토 & 존슨과 샌들러 트래비스 & 로젠버그에 협상 전반을 자문하게 됐다.

협상단 안에서는 알게 모르게 미국의 이익을 앞세우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두 로펌은 경험과 지식이 수준급이었고, 국적을 떠나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의 가치로 여기는 태도 역시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협상단이 최초 접촉한 국내 로펌들은 유수의 대형 로펌이지만, 국제 통상업무에 관한 경험과 이해의 수준이 미국 일류 로펌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는 후문이다.

한편 대한변호사협회(회장 이진강)는 12일 법률시장 개방을 앞둔 국내 대형 로펌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각종 법률 및 세제 개편을 정부에 요청하기로 했다.

변협은 국내 로펌이 대형화전문화를 위해 구조조정을 시도할 때 과세를 유예하는 혜택을 줄 것과 로펌에 대한 세제를 개편하는 방안 등을 법무부를 통해 유관 부처에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전지성 이세형 verso@donga.com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