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11일 공식 일정 없이 지인들과 만났다. 주말에도 자택에 머물 예정이다.
박 전 대표가 공식 일정 없이 사흘을 보내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당내에서는 정치적 결단에 앞서 장고를 하기 위한 칩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박 전 대표가 전날 강재섭 대표의 경선 룰 중재안이 통과될 경우 경선에 불참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경선 룰을 둘러싼 이번 싸움에서 박 전 대표가 경선 불출마 시사 발언과 비공개 일정을 통해 유리한 고지 선점을 시도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정현 공보특보는 박 전 대표는 개인 일정을 수행 중이라면서 원칙을 지키고 합의를 준수해야 한다는 가장 근본적이고 확고 불변한 뜻이 있기 때문에 칩거하고 장고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의 측근들은 강 대표의 중재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태도를 분명히 하며 향후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 측근은 우리는 경선 룰과 관련해 아무런 제안을 한 적이 없다면서 대선주자 간에 의견이 갈린다면 강 대표와 두 주자가 이미 합의한 대로(8월 선거인단 20만 명)로 경선을 실시하면 된다고 말했다.
강 대표가 중재안 통과 무산 시 대표와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는 배수진을 치고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박 전 대표 캠프는 강 대표의 거취에는 관심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에서의 표 대결 가능성을 점검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의원들은 물론 중립적 인사들 사이에서도 강 대표의 중재안 중 여론조사 반영 비율 산정 시 비당원 투표율 67% 보장 방안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중립을 자처하는 한 초선의원은 누가 뭐래도 박 전 대표는 쓰러져 가는 당을 구한 사람이라며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게 큰 차이로 뒤지는 그에게 불리한 경선 룰까지 강요하는 것은 정치적으로나 인간적으로 도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홍준표 의원은 10일 만석꾼(이 전 시장)이 쌀 한 톨을 더 가지려는 것이라며 박 전 대표를 두둔했다. 친이명박 성향의 배일도 의원도 11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박 전 대표의 주장대로 경선을 치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특히 당헌 개정안 발의권을 갖고 있는 상임전국위 의장인 김학원 의원이 대선주자 간의 합의 없이는 강 대표의 중재안을 상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고수하는 것도 박 전 대표에게 유리한 상황이다.
당내에서는 박 전 대표가 강 대표의 중재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당헌 개정안이 상임전국위와 전국위를 통과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박정훈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