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투자-연구 결실
14세기경 발명된 용광로 공법이 근대 제철기술의 한 획을 긋는 사건이라면 포스코의 파이넥스 공법은 21세기 현대 제철기술의 새 장을 여는 신호탄이란 평가가 나온다.
철광석과 유연탄을 한꺼번에 넣고 쇳물을 뽑아내는 기존 용광로는 대량의 쇳물을 생산할 수 있지만 환경오염에다 경제성이 낮다는 약점이 있었다.
철광석과 유연탄을 용광로에 넣기 전에 가루 형태의 철광석(분광)과 일반 유연탄을 덩어리로 만들기 위해 각각 소결 공정과 코크스 공정을 거쳐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이넥스 공법은 이 두 공정을 없애 용광로의 단점을 일거에 해소했다. 자연 상태의 가루 철광석과 유연탄을 가공하지 않고도 바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파이넥스 설비의 투자비와 철강 제조원가는 같은 규모의 용광로 설비에 비해 각각 20%와 15% 줄었다.
5%의 가격차를 놓고 세계 철강업계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음을 감안하면 파이넥스 공법이 기존 용광로에 비해 35%의 가격경쟁력을 갖게 되는 셈이다.
또 공정이 줄어듦에 따라 환경오염 물질도 획기적으로 줄었다. 같은 규모의 용광로에 비하면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은 각각 1%, 3%, 비산먼지는 28%까지 감소했다.
베트남-인도등에 건설추진
파이넥스 공법이 대단한 점은 100년이 넘은 선진국 철강업체들조차 실패한 용광로 대체 공법을 성공시켰다는 데서도 찾을 수 있다.
일본의 디오스(DIOS) 공법이나 호주의 하이스멜트(HISMELT) 공법 등 세계 각국 철강업체들은 분말 형태의 철광석을 직접 원료로 쓸 수 있는 공법 개발에 나섰지만 양산에 성공하지 못했다.
국제철강협회(IISI)의 이언 크리스마스 사무총장은 이날 준공식에 보낸 화상 메시지에서 파이넥스는 세계 철강산업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라며 포스코가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세계 최고의 철강회사라는 것을 입증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의 낙후된 용광로 설비를 파이넥스 공법으로 대체하는 한편 파이넥스 공법을 세계 표준기술로 만들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분광 매장량이 풍부한 인도, 베트남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인도에 추진 중인 일관제철소를 파이넥스 공법으로 추진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베트남과 인도의 추가 투자가 이뤄지면 파이넥스가 유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포스코는 파이넥스 공법을 전략적 핵심기술로 활용하되 기술유출을 최대한 막기 위해 기술이전 형태가 아닌 자체 투자 방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미 파이넥스 관련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이미 해외 20여 개국에 58건의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포스코, 세계 제2위 부상 가능성
포스코는 앞으로 파이넥스 상용설비에서만 연간 150만 t의 쇳물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포스코의 조강생산 능력은 내년에 3400만 t으로 늘어 조강생산량 기준 세계 4위에서 2위업체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인도와 베트남 등에 현재 짓고 있거나 앞으로 추가로 지을 일관제철 설비시설을 감안하면 포스코는 10년 후 총 조강생산량이 4200만 t으로 늘어 세계 1위업체인 아르셀로-미탈과도 경쟁할 수 있게 된다.
또 인수합병(M&A) 위험에서 벗어나 세계 유수 철강업체와의 경쟁에서 비교 우위를 차지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노 대통령은 파이넥스는 우리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혁신적인 기술이자 세계 철강사를 새롭게 쓰는 쾌거라며 포스코는 우리 국민에게 자신감을 일깨워 준 자랑스러운 기업이라고 말했다.
김창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