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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심해 미칠 것 같아 몰래 약 지어 보내줬으면

우울증 심해 미칠 것 같아 몰래 약 지어 보내줬으면

Posted June. 15, 2007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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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래 남모르는 울화의 증세가 있는 데다, 지금 또 더위를 먹은 가운데 임금을 모시고 나오니, (긴장돼) 열은 높고 울증은 극도로 달해 답답하기가 미칠 듯합니다. 이런 증세는 의관과 함께 말할 수 없습니다. 경이 우울증을 씻어 내는 약에 대해 익히 알고 있으니 약을 지어 남몰래 보내 주면 어떻겠습니까.(1753년 또는 1754년 어느 날)

사도세자가 자신의 내면을 고백하는 내용을 담아 장인에게 보낸 편지들이 발견됐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던 사도세자의 병세와 아버지 영조와의 갈등을 명확히 설명해 주는 자료로 평가하고 있다.

권두환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최근 일본 도쿄()대에서 조선시대 영조 장조 정조 3대의 편지 복사본 2권, 11첩을 발견해 최근 장조인 사도세자의 편지 내용을 번역했다고 14일 밝혔다.

현재 남아 있는 사도세자의 편지는 거의 없으며 알려진 자료도 개인적 고백이 아닌 공식 문서가 대부분이다.

학자들은 사도세자가 정신병이나 우울증을 앓았을 것으로 추측하나 그의 병에 대해 명확히 설명된 자료는 없다고 말한다.

이 편지의 고백은 사도세자 자신의 입으로 병을 앓고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비운의 주인공인 사도세자는 1735년에 태어나 아버지 영조의 노여움을 사 뒤주 속에서 죽었다. 아들 정조가 장헌()으로 상시()하고 1899년에 다시 장조()로 추존됐다. 아내인 혜경궁 홍씨는 조선왕실 여인의 회고록으로 유명한 한중록을 통해 이 같은 비화를 소개했다.

아버지 영조에 대한 불만

내 나이 올해로 이미 15세의 봄을 넘긴 지 오래되었습니다만 아직 한번도 조상의 능에 나아가 참배하지 못했습니다.

사도세자가 만 14세인 1749년 어느 날 장인에게 쓴 편지 내용이다. 권 교수는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에도 이 같은 내용이 전한다며 홍씨는 시아버지와 남편을 모두 고려해 조심스럽게 기술했을 것이므로 내용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지만 이 편지는 사도세자가 직접 고백하는 내용이므로 아버지와의 갈등을 더 정확히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조은아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