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강원 정선군 신동읍 신예미광산.
해발 530m 산 중턱의 입구에서 경사 68도의 내리막길 갱도를 10여 분 자동차를 타고 내려갔다.
드르륵, 드르륵.
수직으로 지하 350m 지점에 이르자 귀가 먹먹해질 정도의 굉음이 들렸다. 대형 드릴 2개가 달린 중장비가 발파 작업에 쓰일 폭약이 들어갈 구멍을 뚫고 있었다.
한유섭(55) 한덕철광 신예미광업 소장이 자석이 달린 쇠막대를 작업 중인 막장에 댔다. 쇠막대가 벽에 철썩 붙었다. 철광석이 묻혀 있다는 뜻이다.
국내 유일의 철광()인 신예미광산이 부활의 날개를 활짝 펼쳤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폐광 위기에 놓였던 국내 광산이 되살아나고 있다.
장비 현대화 등 과감한 시설 투자
1916년 문을 연 신예미광산은 2000년 11월 경영난 때문에 7개월간 문을 닫았다. 2001년 6월 한덕철광에 인수된 뒤 생산이 재개됐지만 지난해까지 적자를 면치 못했다.
올해부터는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포스코가 주문량을 지난해 25만 t에서 올해 42만 t으로 늘리면서 흑자 전환을 내다보고 있다. 직원 20명도 새로 뽑았다.
1983년 입사한 홍병희(48) 생산팀장은 광산이 문을 닫은 후 공사장을 전전하며 막일까지 했다며 직원들 사이에서 갈 데까지 간 막장 인생이라는 패배감도 이제 사라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삼진로직스가 이곳을 인수한 뒤 장비 현대화 등 과감한 시설투자에 나섰다.
폭 5m, 높이 5m의 현대식 갱도는 대형 덤프트럭이 드나들 정도로 넓었다. 채굴 과정은 중장비와 컨베이어벨트 등 현대식 장비로 이뤄진다. 곡괭이를 든 검은 얼굴의 광원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 소장은 지난해 11억5000만 원어치의 현대식 중장비를 새로 들여와 생산성이 30% 향상됐고 몰리브덴 광맥도 추가로 발견했다며 철광석 생산을 연간 100만 t으로 늘리고 인원도 현재 90명에서 150명까지 확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몰리브덴 아연 등 자원개발 활기
대한광업진흥공사에 따르면 국내에 운영 중인 광산은 모두 487곳이다. 이 가운데 금속광산은 22곳에 불과하다. 그나마 신예미광산 등 3곳 정도를 빼면 대부분 실적이 없는 이름만 광산인 곳으로 광진공은 추정하고 있다.
1986년 108곳에 이르던 국내 금속광산은 채산성이 악화돼 하나 둘씩 사라졌다. 텅스텐으로 유명했던 강원 영월군 상동광산은 1997년, 국내 최대의 금광인 충북 음성군 무극광산은 1992년 생산을 중단했다.
최근 국제 자원 가격이 치솟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철광석 국제 거래가격은 2004년 t당 23.39달러에서 올해 52.28달러로 올랐다. 2001년 파운드당 2.39달러에 거래됐던 몰리브덴은 올해 33.75달러로 치솟았다.
1982년 가동을 멈춘 옛 한보그룹 소유의 경북 울진군 금음광산은 올해 7월 몰리브덴 생산을 시작한다. 지난달 전남 여수시에 몰리브덴 일관제련소도 준공됐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몰리브덴을 국내에서 생산하고 제련해 수출까지 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1985년 문을 닫았던 충북 제천시 금성몰랜드광산도 이르면 내년부터 몰리브덴 생산에 들어간다.
경제성이 떨어져 2001년 가동을 중단한 경북 봉화군의 장군광산도 최근 아연을 생산하기 위한 사업 타당성 검토에 들어갔다. 충북 음성군 일대에서는 금광 탐사 작업도 진행 중이다.
경제성과 친환경 개발이 과제
광진공은 국내 자원 탐사에 나서 2010년까지 중대형 금속광산 2, 3곳을 확보할 예정이다.
이한호 광진공 사장은 자원 가격 급등과 자원 국수주의가 강화돼 광물자원 공급 부족이 심해질 것이라며 안정적인 자원 확보를 위해 국내 자원도 적극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국내 광산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설비 현대화를 통해 경제성부터 확보해야 한다. 환경오염을 우려하는 지역 주민과 지방자치단체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산업자원부 조영태 광물자원팀장은 해외자원 개발을 위한 노하우와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 광업기반을 유지해야 한다며 환경영향평가 도입 등 국내 자원의 친환경 개발을 제도화하기 위해 내년에 광업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용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