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친노무현) 진영의 잠룡 유시민 의원은 30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집권당 국회의원이었고 참여정부 장관을 지낸 사람으로서, (대선에) 출마하는 것이 정당 발전과 정치 발전, 나아가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출마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은 (출마)한다 안 한다 판단을 내리기에 적절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더 고민해 보겠다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친위조직 참여정부평가포럼(참평포럼) 대표 이병완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출마설도 나오고 있다. 복수의 범여권 의원들은 최근 이 대표가 일부 종교계 원로를 만나 출마 의사를 밝히고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참평포럼 관계자는 1일 통화에서 이 대표의 출마설은 금시초문이며 조직 내에서조차 논의된 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범여권에서 친노 성향 대선 예비주자들이 잇따라 출마 대열에 합류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일 현재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와 김원웅 김혁규 신기남 의원,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김병준 전 대통령정책실장 등이 출마를 선언하거나 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다.
우선 범여권 대통합이 무산될 경우를 가정한 상황에서 내년 총선을 대비하기 위한 전략이란 분석이 있다. 총선에서 친노 진영의 세력을 유지하기 위해, 또 총선에 출마할 친노 인사들이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이름을 알리기 위해 나서는 아니냐는 얘기다.
정치컨설팅업체 민(MIN)기획의 박성민 대표는 민주당과 중도개혁통합신당이 합당하는 등 범여권 대통합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내년 총선을 친노 중심으로 치르기 위해선 여러 명의 친노 후보가 경쟁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한 의원은 현재 친노 주자 중 여론조사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 전 총리의 출마 배경을 이와 연관시켰다. 그는 당초 4월 말까지 사석에서 나는 출마할 생각이 없다고 했던 이 전 총리가 뒤늦게 출마를 결심한 것은 대선을 거치며 세력을 잃을 것을 우려한 친노 진영의 일부 의원이 십자가를 져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정 후보에 대한 힘 쏠림 현상이 심하지 않고 노심()의 향방이 오리무중이란 점도 친노 주자 풍년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경희대 김민전(정치학) 교수는 친노 진영뿐 아니라 범여권 전체적으로 한나라당의 이명박 박근혜 후보처럼 월등히 앞선 후보가 없고 대체로 고만고만한 상황에서 후보들이 난립하고 있다며 괄목할 만한 후보 몇 명으로 정리가 돼야 노 대통령도 힘을 실어 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최근 김두관 전 장관이 친노 진영의 선두주자인 이 전 총리를 거칠게 공격하고, 노심의 향방과 관련해 김혁규 의원이 (이 전 총리 측의) 자가 발전 징후가 있다고 견제에 나서는 것도 이런 차원으로 분석된다.
황장석 suro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