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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미야자토 또 나 먼저 간다

Posted July. 24, 200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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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한국 선수들 사이에서 이런 얘기가 나왔다.

우리는 3040명 뛰는데 한국 취재진은 큰 대회 때나 서너 명 볼 수 있지만 일본은 선수 하나에 20명도 넘는 일본 기자들이 매번 따라다닌다.

일본의 그 선수는 바로 미야자토 아이(22). 미야자토는 2004년 일본투어 데뷔 후 2년 동안 11승이나 올렸다. 귀여운 외모에 실력까지 갖춰 JAL, 산토리, 브리지스톤 등 대기업의 후원을 받고 있다.

그런 미야자토가 부러워할 만한 라이벌이 있다.

바로 리틀 박세리 이선화(21CJ)다.

이선화는 한국여자프로골프 최연소 프로 자격 획득(14세)과 최연소(15세) 우승 기록을 갖고 있는 주인공. 한일 양국을 대표하는 차세대 스타로 꼽히는 이들은 지난해 나란히 미국LPGA투어에 데뷔한 동기생이다.

미야자토는 퀄리파잉스쿨에서 사상 최다인 12타 차 우승으로 수석 합격했고 이선화는 2부 투어 상금왕 자격으로 정규 투어 시드를 받았다.

이들은 지난해 신인왕을 다퉜으나 이선화가 당당히 평생 한 번뿐인 신인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그런 이선화와 미야자토가 50만 달러(약 4억7000만 원)에 이르는 우승 상금을 다퉜다.

23일 미국 뉴욕 주 뉴로셸의 와이카길GC에서 끝난 미국LPGA투어 HSBC매치플레이챔피언십 결승.

22번 시드 이선화는 돌부처라는 별명처럼 어떤 상황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으며 정교한 퍼트를 앞세워 줄곧 앞서 나간 끝에 1홀 남기고 2홀 차로 12번 시드 미야자토를 눌러 시즌 첫 승이자 통산 2승을 올렸다. 특히 15번홀부터 3연속 버디를 잡은 것은 이날의 백미였다. 미국 진출 후 42개 대회에서 단 1승도 올리지 못하던 미야자토 역시 16, 17번홀 연속 버디로 맞섰으나 이선화의 뚝심 앞에 무너져 눈물까지 쏟았다. 지난주 박세리(CJ) 이후 2연속 한국 선수의 우승이자 후원사인 CJ로서는 겹경사인 셈.

경기가 끝난 뒤 자신보다 한 살 많은 미야자토를 위로한 이선화는 상금랭킹을 25위에서 5위(81만499달러)까지 끌어올렸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미야자토가 시상식 무대 뒤에서 20분가량 울었다. 이선화는 미야자토보다 빨리 미국에 건너와 2부투어에서 열띤 경쟁을 이겨 냈다고 보도했다.

준결승에서 이선화에게 패한 뒤 꼭 우승하라고 후배를 격려한 김미현은 3, 4위전에서 마리아 효르트(스웨덴)를 2홀 차로 꺾어, 일반 대회 우승 상금인 20만 달러를 받았다.



김종석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