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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부터 통해야 일심동체

Posted July. 27, 2007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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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나 아파.

남편: 어디가?

아내: 여기저기.

남편: 그럼 병원 가 보지 그래.

아내: (버럭 화를 내며) 내가 병원 못 가서 그래?

하루 종일 집안일 하다가 지친 아내는 따뜻한 말 한마디를 기다렸다. 나름대로 아내를 배려해서 대답했다고 생각한 남편은 아내가 왜 화를 내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부부는 일심동체라지만 말 때문에 서로 상처를 받는 경우가 많다. 상처가 깊어지면 아예 대화를 포기하기도 한다.

어떤 것이 상대방을 배려하는 대화법인가.

결혼 10년차인 오성규(40) 성수경(39) 부부도 이 문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시민단체인 환경정의 사무처장인 오 씨와 푸르덴셜파이낸셜 라이프 플래너인 성 씨는 5세, 9세 된 두 딸을 두고 있다.

이 부부가 모처럼 서울 청계천 길을 걸으며 서로의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대화의 기술을 조언해 주기 위해 여보, 내 말에 상처받았어?(커뮤니케이션북스)의 공동 저자인 이정숙 한국교원대 국어교육과 겸임교수도 자리를 함께했다. 맞벌이 부부인 만큼 가사육아 부담 문제가 가장 먼저 도마에 올랐다.

오성규=늦게 출근하는 내가 주로 아침에 애들을 봐 주고 아내는 저녁에 본다. 얼마 전 이런 육아 방식을 바꿔 보자고 제안했는데 아내는 묵묵부답이다.

성수경=일찍 출근해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고 남편에게 얘기했다. 남편은 내가 동의하지 않으니까 아예 대답이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이정숙=많은 남편은 아내에게 통보하는 식으로 대화한다. 일방적으로 애들 보는 시간을 바꾸자 바꿔 달라고 한다. 그것보다는 당신도 힘들겠지만 바꿔 줄 수 있겠어?하며 우선 상대방을 인정하는 말로 시작하면 훨씬 좋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

성=우리는 둘 다 자존심이 센 편이다. 남편은 싸운 후 먼저 화해하려고 해 줘서 고맙다. 그런데 문제는 남편이 미안하다는 말을 한 후 그냥 넘어가 버리는 것이다. 나는 우리가 싸우게 된 이유를 자세히 짚고 넘어가서 싸움이 재발되는 것을 막고 싶은데 남편은 사과 한 마디를 하고는 다른 주제로 옮겨 간다.

이=남성과 여성은 대화 패턴이 다르다. 남성은 바로가기에 익숙하다면 여성은 돌아가기를 선호한다. 많은 남편은 미안하다고 말하면 바로 문제가 봉합된 것으로 생각한다.

오=아내에게 꽃을 선물하는 등 감동할 만한 이벤트를 준비하는 친구들이 있다. 그런데 아내가 뭐 잘못한 게 있어서 이러지?하는 반응을 보이면 완전히 김샌다고 한다.

이=아내는 남편으로부터 모처럼 선물을 받아서 겸연쩍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말은 상대방에게는 빈정거리는 식으로 들릴 수 있다. 남편으로부터 선물을 받거나 칭찬을 들었다면 그냥 기뻐하며 즐겨라.

성=결혼 후 계속 대화가 줄어들면서 지금은 애들 얘기 빼고는 거의 공통된 주제가 없는 것 같다. 우리 부부의 대화 소통도는 100점 만점에 50, 60점 정도인 것 같다.

오=나도 그 정도 점수를 주겠다.

이=그렇게 심각하지 않다. 8085점까지 주겠다. 다만 자녀 위주로 대화 주제를 삼는 것은 위험하다. 애들이 커서 독립한 후 할 얘기가 없어진다. 사소한 일이라도, 상대방이 들어 주지 않아도 부부 위주로 대화하라. 상대방이 듣지 않은 것 같아도 다 듣고 있다.

오=간혹 하고 싶었던 얘기를 편지나 문자메시지로 보냈더니 아내가 좋아하는 것 같다.

이=매체와 장소를 바꾸는 것은 좋은 대화법이다. 표현하기 전 다시 한번 대화 내용을 생각해 보기 때문이다. 부부 대화 기술에는 왕도가 없다. 상대방의 처지에서 다시 한번 생각하고 말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눈치를 보라는 것이다. 이것은 전혀 자존심 상하는 일도 아니다. 결국 나를 위한 투자다.



정미경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