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한국에서도 통할까?
9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판타스틱4-실버서퍼의 위협은 판타스틱4(2005년)의 속편. 1961년 미국 만화 출판사인 마블이 경쟁사의 만화 미국 슈퍼특공대를 누르기 위해 귀여운 영웅 4명을 내세워 만든 동명 만화가 원작이다. 미국에서는 1편과 속편 모두 1억 달러가 넘는 흥행 수입을 거뒀지만 한국 성적은 초라해 1편은 전국 75만 명에 그쳤다.
속편에는 멤버 4명 중 리더인 판타스틱(이언 그루퍼드)과 연인 인비저블(제시카 알바)의 결혼식 날, 지구에 혼란을 불러 온 존재인 실버서퍼가 모습을 드러내고 네 멤버는 다시 지구 지키기에 나선다. 터미네이터2에 나왔던 액체 금속 로봇을 연상케 하는 실버서퍼가 체지방률 1%도 안 돼 보이는 날렵한 근육질 몸매로 우주에 유유히 떠 있는 모습이나 영국 런던의 템스 강 가운데를 확 뚫고 나오는 모습이 멋지다. 지구의 영웅으로 떠올라 마치 할리우드 스타처럼 그들이 결혼을 위해 어떤 식기를 골랐는지까지 연예 뉴스의 대상이 된 멤버들의 혼란과 고민, 귀여운 속물근성도 아기자기한 재미를 준다. 심오한 메시지도 없고 복잡하게 꼬지도 않는다. 잘난척 안하고 상영시간도 짧아(93분) 경쾌하지만 그 단순함에 뒤로 갈수록 황당해진다.
저조했던 1편 흥행 성적에 대해 20세기폭스코리아 심재만 사장은 미국에선 국민적 캐릭터지만 국내에선 인지도가 낮은 데다 1편은 내용이 캐릭터 소개에 그쳐 좀 유치한 면이 있었다며 2편에선 스토리 라인이 강화되면서 더 어른스러워진 내용이라 인지도가 낮은 한국에서도 흥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크린 수는 다른 블록버스터에 비하면 적은 300400개 선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더 무비의 흥행 여부도 관심사다. 미국에서 지난주 개봉하자마자 흥행 1위에 올랐고 71개 국가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에서 1989년 시작된 뒤 18시즌 400회 이상 폭발적 인기를 끌었던 TV 애니메이션이 원작. 국내에선 1995년 MBC가 방영했는데 호응을 얻지 못했다.
대중문화평론가 김기홍 씨는 심슨 가족은 미국 사회를 매우 잘 분석하고 문제점을 비틀면서도 우리 옆 동네 이야기 같은 익숙함을 주는 게 매력이라며 많은 스타가 목소리 출연을 하고 드라마나 영화의 내용을 패러디해 웃음을 주지만 패러디 내용을 모르면 재미가 반감되는 만큼 한국에서 잘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도 심슨 돌풍을 소개하며 비슷한 이유로 심슨이 일본에서는 인기가 없다는 폭스 관계자의 말을 인용했다.
디즈니와 픽사의 애니메이션 라따뚜이는 미국에서는 다이하드 4.0을 누르고 개봉 주(6월 29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지금까지 1억6000만 달러가 넘는 수입을 거뒀지만 한국에선 25일 개봉해 지난 주말까지 30만 관객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수입 배급사인 한국 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의 석송자 과장은 스크린 수(280개)가 적은 데다 블록버스터급 경쟁작이 너무 많았다고 말했다.
수입사 측은 처음엔 쥐가 요리를 한다는 내용에 대한 거부감을 걱정했지만 평단에서 고른 지지를 받았고 관객 평점도 9.18(네이버)이나 됐다. 내용상 문제라기보다는 한국에서 애니메이션이 잘 안 되는 현실을 반영한다고 해석된다. 최근 5년간 한국에서 관객 200만 명을 넘긴 애니메이션은 슈렉2 슈렉3 하울의 움직이는 성뿐이다.
채지영 유성운 yourcat@donga.com polari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