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나무 숲 항공 방제를 하기 위해 작업장으로 이동하던 산림청 헬기가 추락해 기장 등 탑승자 3명이 모두 숨졌다.
20일 오전 8시 8분경 충남 공주시 의당면 청룡리 공주종합사회복지관 주변 야산(여차니산) 중턱 200m 지점에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진천관리소 소속 헬기 벨 206-L3(FP 709)기가 추락했다.
이 사고로 교대로 기장을 맡은 강현종(52충북 청원군 오창읍), 김주홍(51충북 청주시 상당구)씨와 정비사 이형식(47경기 수원시 장안구) 씨 등 3명이 그 자리에서 숨졌다.
사고 순간을 목격한 주민들은 사회복지관 위쪽을 지나던 헬기가 갑자기 오른쪽으로 항로를 바꿔 두 바퀴가량 빙글빙글 돌더니 바위가 많은 야산 중턱에 꽝 하는 소리와 함께 떨어져 불길에 휩싸였다고 말했다.
사고 헬기는 공주시 신관동 금강 둔치에서 이륙해 정안면 고성리로 이동하던 중이었다. 강 기장 등은 14일부터 7일째 이 주변 밤나무 숲 항공 방제 작업을 벌여 왔다.
산림청은 이수화 차장을 파견해 현지에 사고수습대책본부를 구성하고 경찰과 함께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대책본부는 사고 발생 당시 이 지역에 안개가 조금 끼었지만 비행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야산에 부딪히기 전 헬기에서 굉음이 터져 나왔다는 목격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대책본부 관계자는 블랙박스가 없는 헬기라서 헬기의 이동 경로와 사고 현장에 가해진 충격 정도, 수거된 헬기 잔해의 상태를 토대로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사고가 난 헬기는 1988년 산림청 중형 헬기 중 가장 먼저 도입된 기종으로 미국 벨사의 제품이다. 7명까지 탈 수 있으며 2t 정도의 물을 실을 수 있다.
이 기종의 산림청 헬기가 추락한 것은 2004년 8월 경남 의령군 사고 이후 두 번째다.
지난해 7월에는 산림청 소속 러시아제 ANSAT 기종 헬기가 충남 부여군에서 역시 밤나무 숲 항공 방제작업을 하다 추락해 기장이 숨진 바 있다.
진천관리소의 한상환 기장은 밤나무 숲 항공방제는 약이 바람에 날리는 것을 막기 위해 10m 높이로 낮게 비행해야 하고 약을 채우기 위해 하루에도 20여 번씩 이착륙을 해야 하는 힘들고 위험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산림청은 숨진 3명 모두 순직 처리하기로 했으며 충북대병원에 합동 빈소를 마련해 산림청장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 사고 헬기는 91만2600달러의 기체보험에 가입돼 있어 승무원은 1인당 2억5000만 원까지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지명훈 이기진 mhjee@donga.com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