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스텔스기()는 적에게 들키지 않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군용 항공기를 총칭한다. 스텔스 기종에는 1981년 가장 먼저 제작된 F-117 전폭기, 1987년의 B-2 폭격기, 1997년의 F-22 랩터 전투기 등 세 가지가 있다. 최근 개발에 성공한 맹금()이란 뜻의 버드 오브 프레이(bird of prey)는 적외선과 레이더는 물론 육안으로도 포착하기 어렵다고 한다. 따라서 주로 밤에 활동하는 기존 스텔스와는 달리 낮에도 안전하다.
F-117 전폭기는 1980년대 말1990년대 초 파나마 침공과 걸프전쟁 때 처음 투입돼 정확한 폭격 능력을 과시했다. 수십 대가 동원됐지만 단 1대의 손실도 없었다. 세계 최고의 미 공군력다웠다. 그러나 능력을 과신한 탓일까. 1990년대 말 코소보 전쟁 때 유고연방 방공부대의 공격으로 1대가 추락했다. 일주일 내내 같은 코스로 비행하는 바람에 항로를 간파당한 것이 원인이었다.
최신예 F-22 랩터 전투기는 지난해 모의 전투훈련에서 F-15C, F-16, FA-18 등 쟁쟁한 전투기종 144대를 모두 격추시키면서 단 1대도 피격되지 않는 성과를 올렸다. 중국 일본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스텔스 자체 개발에 혈안이 돼 있는 것도 당연하다. 특히 내년에 차세대 전투기종 선정을 앞둔 일본은 수출을 금지한 미 국내법 때문에 F-22 구매의 길이 막히자 10년 안에 스스로 개발하겠다며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미 공군은 이달 초 알래스카 남부 엘먼도프 기지에 F-22 8대를 배치했다. 내년 초까지는 2개 비행대대 40대가 배치될 예정이다. 미국의 글로벌 전략을 반영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미 태평양공군사령관은 알래스카는 아시아와 유럽에 가장 접근하기 쉬운 곳이라고 설명했다. 한 군사 전문 사이트는 아예 F-22가 북한을 겨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F-22 배치는 아무래도 북핵 문제와 관련이 없다고 하기 어려운 것 같다. F-22가 북 영공을 제 집 드나들 듯한다면 북은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육 정 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