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시내에서 전철을 타면 주문 하루 만에 졸업장 판매라는 전단이 전동차 내부에 1주일 이상 붙어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얀덱스 램블러 등 러시아의 유명한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 졸업장 구매라는 단어를 치면 수백 개의 홈페이지와 연락처가 뜬다.
국립모스크바대 학생인 이고리 수하로프(22) 씨는 학위 위조 사이트의 연락처가 바뀐 흔적은 있어도 홈페이지가 사라진 경우는 보지 못했다며 졸업장을 떳떳하게 사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현미경으로 봐도 식별 못해
한 졸업장 위조 브로커는 21일 (위조) 수수료는 대학 순위에 관계없이 위조 기술과 비용에 비례한다고 귀띔했다.
러시아 지폐발행국(GOZNAK)이 사용하는 종이와 첨단 프린터를 사용하면 가격이 그만큼 올라간다는 얘기였다.
국립모스크바대의 한 강사는 첨단 기술을 이용해 졸업장과 졸업증명서를 위조하면 현미경으로 봐도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지 못 한다고 말했다.
브로커들에 따르면 첨단 기술로 위조한 졸업장의 가격은 1만20003만 루블(약 45만113만 원). 러시아 졸업장과 졸업증명서 양식이 1996년 바뀌면서 졸업장 발행 시기를 이 이후의 시기에 맞추면 기술적인 난이도 때문에 위조품의 가격이 올라간다.
모스크바 남부 프로프사유즈나야 거리에서 만난 한 브로커는 러시아에서 졸업장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인하는 대학은 거의 없고 확인을 요청하는 곳도 드물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고 장담했다.
이에 대해 국립모스크바대, 바우만공대, 그네신음악대 등 유명 대학의 학위 관리 실무자들은 다른 기관에서 공식 요청을 받으면 학적부를 보고 확인해 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사들이나 교수들의 설명은 브로커들의 얘기와 비슷했다. 모스크바주립사범대 박사과정에 있는 한 시간 강사는 대부분의 대학들이 사회주의 붕괴 이후 극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어 졸업장 위조 여부를 확인하는 시스템을 갖춘 대학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졸업증명서 점검에 대비해 대학의 학적과 학점을 게재한 문서 진본을 위조하는 비즈니스까지 성행하고 있다.
졸업증명서 판매소를 운영하는 비탈리 씨는 가장 어려운 위조가 국가안보 관련 군수산업체 입사 희망자들이 많이 찾는 교육부 등록용 학위라며 최소 비용이 1만 달러라고 소개했다.
브로커가 해당 대학에 직접 찾아가 졸업생 명부를 위조해 끼워 넣어야 하기 때문에 비용과 시간이 훨씬 더 들지만 돈만 있으면 해결된다는 것이다.
대학 데이터베이스로 맞춤서비스
인터넷을 통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가짜 졸업장 판매 행위도 성행하고 있다.
한 학력 위조 전문 사이트는 홈페이지에 학위를 먼저 받고 실무에 필요한 지식은 나중에 수강하는 것이 낭비를 줄이는 길이라고 선전한다.
이 사이트는 러시아 모든 대학의 수강과목 시간표 등 데이터베이스를 완벽하게 갖췄기 때문에 고객의 요구를 100% 반영해 학적부와 졸업증명서를 보내준다고 했다.
사이트 운영자는 모스크바에 거주하지 않을 경우 택배 서비스도 가능하며 한국은 물론 아시아권 국가의 고객들로부터 해외 주문도 접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위용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