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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재의혹정황살펴보니

Posted September. 01, 2007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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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재 전 대통령의전비서관의 세무조사 무마 연루사건은 여러 모로 2002년 썬앤문 사건과 닮은꼴이란 분석이 많다. 정치권에서는 노무현 정권이 개혁과 도덕성을 무기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구태정치 뺨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돈 받는 현장엔 대통령도, 비서관도 없었다=2002년 11월 서울 강남의 R호텔에서 조찬 모임이 열렸다. 참석자는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노무현 대통령, 대선 캠프 실무자였던 이광재 대통합민주신당 의원, 노 대통령의 부산상고 동문인 썬앤문그룹 문병욱 회장 등이었다.

식사를 마친 뒤 노 대통령이 먼저 자리를 떴다. 부근에 다른 일정이 있어서라는 게 이유였다. 문 회장은 이 의원에게 수표 1억 원을 건넸다. 이 수표는 동석했던 부산상고 출신 은행장에 의해 현금화됐다.

검찰은 당시 노 대통령에 대해 자리를 떠났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몇 걸음 먼저 나갔다고 했다.

2006년 8월 26일 청와대 부근 서울 종로구 한정식집에서 저녁식사 모임이 열렸다. 참석자는 정 전 비서관과 정상곤 당시 부산국세청장, 정 전 비서관이 정 청장에게 소개해 준 부산지역 건설업체 사장 김상진 씨.

식사를 마친 뒤 정 전 비서관은 휴대전화가 자꾸 울린다며 먼저 자리를 떴다. 10여 분 뒤 김 씨는 정 청장이 택시에 올라타자 현금 1억 원이 든 가방을 밀어 넣었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뇌물이 오고 간 자리에 없었고, 소개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진술이 나오지 않아 처벌할 수 없다고 말했다.

뇌물 받은 뒤 약해진 국세청=썬앤문그룹은 2002년 6월 특별세무조사를 받았다. 그런데 1년 뒤인 2003년 6월 검찰은 썬앤문에 부과됐던 180억 원의 추징금이 23억 원으로 크게 줄어든 사실을 확인했다.

정치권에선 노 대통령이 손영래 당시 국세청장에게 전화 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손 청장은 청탁을 받고 썬앤문그룹 특별세무조사를 실시한 직원에게 세금을 줄여 줄 것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됐다.

정 전 비서관의 소개로 알게 된 건설업자 김 씨에게서 1억 원의 뇌물을 받아 구속된 정 청장은 김 씨 소유 회사가 받고 있던 세무조사를 무마해 줬을 뿐 아니라 비리 제보자 신원까지 알려줬다. 정 전 비서관이 중간에 끼여 있지 않았다면 이런 혜택을 봤겠느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해명도 닮았다=썬앤문에서 돈을 받은 이 의원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던 2003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이 잇단 의혹을 제기하자 정치권이 너무 한다며 눈물을 흘렸다. 한나라당 의원들에 대해서는 비겁하게 면책특권 뒤에 숨어 총질하지 말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거부한 측근비리특검법이 국회에서 재의결되자 이 의원은 용기가 부족해 고백하지 못했다고 실토했다.

정 전 비서관은 문제의 자리에 동석했고 만남을 주선했다는 의혹에 대해 본보가 확인을 요구하자 기억이 안 난다. 내가 부산 사람이어서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엔 신중하지 못했던 것은 잘못이다. 정 청장도 부담이 되긴 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수진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