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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 저출산-고령화 늪에 빠지다

Posted September. 05, 200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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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업구조도 우리의 인구구조처럼 저출산 고령화의 늪에 빠져 갈수록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가 4일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함께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과 올해의 국내 30대 기업 현황을 비교 분석한 결과, 10년 사이 30대 기업군에 새로 진입한 그룹은 STX와 이랜드 등 2곳에 불과했다.

또 기존 대기업의 수출 주력 품목도 2030년 동안 변화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나 미래 성장동력 육성에 심각한 우려가 제기됐다.

계열 분리-민영화 공기업이 자리 메워

분석 결과에 따르면 1997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30대 기업(공기업 제외) 가운데 절반가량인 14개가 외환위기를 전후해 국내외 기업에 팔리거나 파산해 올해 발표된 30대 클럽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이들의 빈자리를 메운 기업은 새로운 기업이 아니라 대부분 기존 대기업그룹에서 계열 분리한 기업이나 민영화된 공기업들이었다.

옛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현대자동차가 2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현대중공업(11위), 하이닉스(14위), 현대(17위), 현대건설(23위), 현대백화점(27위), KCC(30위)가 30대 기업에 포함됐다.

또 신세계(15위)와 CJ(19위)는 1997년 삼성그룹에서, GS(8위)와 LS(16위)는 LG그룹에서 각각 분리된 기업들이다. GM대우(21위)와 대우조선해양(22위)은 1999년 해체된 대우그룹 계열사였다.

민영화된 포스코(6위)와 KT(7위)를 제외하면 10년 전과 비교해 새로 30대 기업에 오른 기업은 STX(24위)와 이랜드(26위)밖에 없다. 신생 기업의 등장이 극히 저조한 가운데 기존 대기업의 주력 수출 품목이 상당히 고령화됐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지난해 5대 수출 품목 가운데 반도체, 선박은 10대 수출 품목에 포함된 기간이 각각 29년, 30년이나 됐다. 또 자동차는 19년, 석유제품은 20년이었고, 그나마 무선통신기기는 8년으로 가장 짧았다.

정부 규제로 기업가 정신 실종

국내 산업이 저출산고령화의 늪에 빠진 원인에는 외환위기 이후 안정성 위주의 경영에 몰두한 기업 내부에도 적잖은 책임이 있지만 제도적 측면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전경련 기업정책팀 임상혁 연구원은 위험 부담을 안고 새로운 영역에 뛰어드는 기업가 정신이 실종된 데는 기업의 손발을 묶는 정부의 각종 규제 양산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1970년대 여신관리 수준이던 대기업 규제는 공정거래법에 경제력 집중 억제 정책이 도입된 1987년 이후 자산규모 30대 기업에 대해 출자총액 제한(출총제) 상호출자 금지 수도권 내 공장 신증설 규제 등 각종 규제가 줄을 이었다.

이후 1997년 폐지됐던 출총제가 외환위기 이후 자산규모 2조 원(현재 10조 원) 이상 개별 기업을 대상으로 부활됐고 계열사 간 상호출자 금지 기준도 당초 30대 기업에서 자산규모 2조 원 이상으로 확대됐다.

이처럼 규제가 강화되자 기업들은 대규모 기업집단으로 지정돼 각종 규제를 받는 자산 커트라인을 넘지 않으려고 여유 자금을 투자보다는 부채 해소에 투입하는 전략으로 돌아섰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산업의 저출산 고령화가 이어지면 지속적인 경제 성장이 불가능하게 된다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산업시대의 규제 논리를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용우 배극인 woogija@donga.com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