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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벗는신씨채용과정

Posted September. 13, 2007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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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이 가짜 예일대 박사 신정아 씨를 2005년 8월 이전에 동국대 교수로 추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신 씨의 교수 임용 과정이 조금씩 베일을 벗고 있다.

홍기삼 당시 동국대 총장은 11일 검찰에서 2005년 9월 예술대학 미술사학과 신임교수 임용 당시 변 전 실장이 신 씨가 예일대 후배인데 유능한 큐레이터라며 추천했다라고 말했다.

앞서 동국대 진상조사위원회가 7월 20일 (자체 조사 결과) 외압은 없었으며 신 씨가 제출한 서류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학교 측의 과실이라고 밝힌 것과는 상반된 내용이다.

최소한 신 씨가 혼자 힘만으로 교수가 된 게 아닌 것으로 확인됨으로써 검찰은 변 전 실장이 추천을 넘어 외압을 행사했는지를 밝혀내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신 씨의 동국대 교수 임용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은 한두 군데가 아니다. 불교미술 전공자가 주로 임용됐던 미술사학과에 신 씨가 서양미술 전공자로서는 사실상 처음 교수로 임용된 것부터 논란거리였다.

예술대학 교수들은 신 씨가 교수로 임용된 이후 신 씨가 가짜 학위 소지자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며 학교 측에 진상 조사를 요구했다.

그러나 동국대는 자체 검증 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6개월 동안 휴직했던 신 씨를 예술대학이 아닌 교양교육원 교수로 복직시켰다.

신 씨를 교수 자리에 앉히기 위해 여러 차례 무리수를 둔 셈이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변 전 실장은 2004년 6월 조계종 중앙신도회의 논강 준비모임 공동대표를 홍 전 총장과 함께 맡는 등 막역한 사이였다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도 있다. 홍 전 총장과 변 전 실장의 개인적인 인연을 뛰어넘는 뭔가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우선 홍 전 총장이 당시 기획예산처 장관이었던 변 전 실장에게서 국가 예산 지원을 신 씨 교수 임용의 반대급부로 약속받았을 가능성도 있다. 한 해 200조 원에 이르는 국가 예산 배정권을 쥐고 정부 부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획예산처 장관의 한 마디를 그냥 넘기기 어려웠을 수 있다는 것.

대학 측이 기획예산처를 통하면 국가 예산을 지원받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게 검찰 주변의 대체적 시각이다.

또 변 전 실장 외에 또 다른 외압의 실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점도 남는다. 홍 전 총장이 도저히 거부하기 힘든 상황에 내몰렸던 것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변 전 실장이 신 씨의 임용 대가로 동국대 측에 예산을 편법적으로 지원했다면 직권남용 등 혐의로 형사처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원수 need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