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출신 인사들이 국내 금융기관 감사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이들 감사가 내부 감찰보다는 금감원에 대한 로비 창구로 활용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감원이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김양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금융기관 감사의 48%가 금감원 출신인 것으로 분석됐다.
12개 시중은행 중에서는 67%인 8개 은행의 감사가 금감원 출신이다. 신한, 하나, 외환은행 등 국내 리딩 뱅크가 포함되어 있다.
21개 증권사 중에는 52%인 11곳의 감사가 최근까지 금감원에서 일했다. 한화증권 브릿지증권 키움증권 등이 해당된다.
또 18개 생명보험회사 중에서는 9곳(50%) 16개 손해보험회사 중 5곳(31%) 17개 대형 저축은행 중 7곳(41%) 4개 카드사 중 2곳(50%)의 감사가 금감원 출신인 것으로 조사됐다. 생보사 중에서는 흥국생명 금호생명 동양생명 등이, 손보사 중에서는 삼성화재 메리츠화재 등이 금감원 출신 감사를 두고 있다.
이와 함께 재정경제부 등 일부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출신 인사들도 관할 금융기관의 감사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감사는 주무 부처인 재경부 출신이고, 우리은행 감사는 우리금융지주의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 출신이 맡고 있다. 우리금융지주의 자회사인 우리은행은 예금보험공사가 양해각서(MOU) 체결을 통해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농협과 수협중앙회는 각각 농림부, 해양수산부 출신 인사들이 감사를 맡고 있다.
김양수 의원은 이런 현상은 퇴직자를 배려하려는 감독 당국과 감사의 날을 무디게 하려는 금융기관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며 금감원 및 정부 기관 출신들의 금융기관 재취업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승헌 박민혁 ddr@donga.com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