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는 지식재산 경쟁의 경제다. 지적 재산을 많이 축적한 선진국들은 다양한 특허전략을 세워 자국기업을 보호하고 타국기업들에 보이지 않는 장벽을 치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 두꺼운 벽을 뚫고 세계 4위의 특허강국으로 발돋움했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가 정한 국제특허협력조약(PCTPatent Cooperation Treaty)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이 낸 국제 출원 건수는 5935건이다. 미국 일본 독일 다음이다.
특허 코리아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제네바발() 낭보가 전해졌다. WIPO 43차 총회에서 한국어가 특허의 국제공개어로 공식 채택된 것이다. 국제공개어는 출원된 특허 기술이 어떤 것인지 국제 사회에 알릴 때 사용하는 특허세계의 공용어다. 그동안 특허의 국제공개어는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일본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중국어 아랍어 등 8개였는데 거기에 한국어와 포루투갈어가 추가된 것이다. 우리말이 UN 산하 국제기구에서, 그것도 183개 WIPO 회원국 만장일치로 공용어가 된 것은 처음이다. 특허 한국이 자랑스럽다. 언어가 국가 경쟁력인 세계화 정보화 시대라 더욱 소중한 성취다.
특허권은 개발자에게 우선권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누가 먼저 개발했느냐를 따지기 어렵다. 그래서 무역비중이 높은 서방 선진국들은 1970년 워싱턴에 모여 개발한 사람(선 발명주의)이 아니라 개발내용을 먼저 공표(출원)하는 사람에게 특허인정우선권을 주는 선 출원주의를 채택했다. WIPO 사무국은 매년 수 만여 건의 각국 출원내용을 날짜순대로 인터넷 홈페이지에 모두 공개(국제공개)한다. 중복 투자를 막고 전 세계 무역, 특허, 발명업계 종사자들이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얻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제 국제 특허 출원을 희망하는 한국인은 건당 수 백 만 원씩 들여 영어 번역 서류를 따로 낼 필요가 없어졌다. 비용과 시간이 줄었으니 국제 출원은 더 늘어날 것이다. 공개도 쉬워졌으니 남들이 우리 생각을 훔치기도 어렵게 됐다. 나라가 잘 되고 힘이 세면 여러모로 국민이 살기 편해진다.
허 문 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