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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 태도-측근 부채질로 상승작용

Posted October. 26, 2007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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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출마한다는) 종전 태도에서 변화가 없다.(23일)나중에 이야기하자.(24일)아직까지 종전 태도에 변함이 없다.(25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최근 불거진 자신의 대선 출마설에 대해 23일부터 매일 한 차례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25일 서울 중구 대우재단빌딩에서 열린 독도의 날 제정 선포식에서 이 전 총재는 종전 태도에 변함이 없다고 했지만 아직까지라는 단서를 달았다. 1월 1일 밝힌 대선 불출마 선언이 아직까지는 유효하지만 이후 바뀔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애매한 태도와 이 전 총재 측근들의 대선 재출마 촉구가 맞물리면서 이 전 총재의 대권 3수() 도전설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VS 자기 과시용일 뿐=한나라당 안팎에서는 이 전 총재의 진의를 파악하느라 분주하다. 이 전 총재 측근들의 전언에 따르면 이 전 총재는 대권의 꿈을 아직 접지 못했다고 한다. 당 일각에서는 이 전 총재가 대선 행보를 이미 시작했다는 정황까지 내놓고 있다.

최근 지난 대선에서 이 전 총재를 도왔던 L 씨 등에게 이 전 총재가 직접 도와 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했다는 얘기, 옛 후원회 조직인 일명 부국팀 멤버들이 다시 뭉쳐 이 전 총재의 전국 투어 일정을 짜고 있다는 설, 이 전 총재와 박근혜 전 대표 측 인사가 이회창-박근혜 연대를 추진하고 있다는 말 등이다. 24일 열린 대한민국 사수 국민대회를 앞두고는 이 전 총재가 H 씨에게 참석자를 동원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전 총재가 정말 출마할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이 전 총재를 잘 안다는 사람들은 출마까지야 하겠느냐면서 이 전 총재가 그동안 한나라당과 경선 주자들에게 섭섭했던 것이 많았고 그래서 자신이 아직 살아 있다는 모습을 보이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의 측근이었던 인사는 이 전 총재는 대단히 신중한 분으로 출마를 쉽게 결정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온갖 설이 난무하는 것은 무엇보다 이 전 총재가 출마 여부를 딱 부러지게 밝히지 않는 탓이다.

당초 이 전 총재 출마설은 이명박 후보의 중도 낙마 가능성에서 비롯됐다. 범여권의 네거티브 공세로 이 후보가 후보직을 사퇴하게 될 경우 대안으로 이 전 총재가 나설 것이란 얘기다. 이 전 총재를 잘 아는 한 인사는 이 전 총재는 이 후보가 결정적 흠이 있기 때문에 결국 대선에 패배할 것이란 생각을 하고 있다며 그럴 경우 좌파정권 종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본인이 마음을 접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회창과 이명박=이 전 총재는 지난해 10월 특강 정치로 사실상 정치 행보를 재개하면서 이 후보의 잠재적 경쟁 상대가 됐다. 이후 이 전 총재는 각종 연설에서 이 후보를 겨냥해 나도 높은 지지를 받았지만 네거티브에 당했다 경제만으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비판하기도 했다.

이 전 총재는 한나라당 경선 중반 경선 룰을 두고 이 후보와 박 전 대표가 대립하자 중재자로 나서기도 했으나 이 후보 승리 이후 선대위 상임 고문직 제의 여부를 둘러싸고 관계가 급속 냉각됐다. 이 후보는 인터뷰에서 (이 전 총재에게) 상임고문직을 제안한 적이 없다고 말했으나 이 전 총재는 그렇게 거짓말을 해서 되겠느냐며 역정을 냈다고 한다.

이 전 총재의 말말말=이 전 총재는 2002년 대선에서 패배한 직후 정계 은퇴를 선언하며 눈물을 흘렸다. 지난해 12월에는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주최 한나라 포럼에서 2002년 불법 대선자금 수수와 관련해 당에 고통과 깊은 상처를 안겼다. 잘못된 일이고 모든 책임이 나에게 있다고 했다.

그는 2007년 첫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내 처지에서 대선을 놓고 이렇게 저렇게 하겠다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다. 현실 정치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며 불출마 선언을 했었다.



박민혁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