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년 만에 유엔 총회에 상정된 대북 인권결의안 표결에서 기권한 것에 대해 뒷말이 무성하다.
인류 보편의 가치인 인권 문제에 대해 1년 전에는 북한이 핵 실험을 했다는 이유로 찬성표를 던지더니 올해는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다는 이유로 또다시 기권한 것은 지나친 북한 눈치 보기이자 스스로 원칙을 포기한 행동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북한 인권 상황은 지난해에 비해 거의 나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부가 찬성에서 기권으로 돌아선 것은 명분이 없다는 지적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싱가포르 방문을 수행 중인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21일 20일 밤늦게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과 백종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이 유엔 대북결의안 문제에 대해 보고했고, 노 대통령이 기권 방침을 결정했다며 최근 남북관계 진전 상황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내에서는 인권결의안에 찬성할 경우 2729일 평양에서 열릴 예정인 제2차 남북 국방장관회담에 북한이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의 한 당국자는 인권결의안에 찬성한다고 남북관계가 어려워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라고 말했다.
특히 외교부 당국자들 사이에서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경제규모 세계 10위권 국가이자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인 한국이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강변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지배적이다.
국내외 40개 대북 인권단체 모임인 북한인권단체연합회는 올해 기권표를 던진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자유와 인권이 말살된 상태에서의 평화는 거짓일 수밖에 없고, 조건 없는 대북 지원은 결국 폭정 지원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북한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내용의 인권결의안은 20일(현지 시간) 한국 정부의 기권 속에 유엔 총회 제3위원회를 통과했다. 표결 결과는 찬성 97표, 반대 23표, 기권 60표였다.
표결에 앞서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박덕훈 차석대사는 발언을 신청해 이 결의안은 조작된 가짜 정보로 가득 차 있고 사악한 정치적 목적을 갖고 있으며 인권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하태원 공종식 triplets@donga.com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