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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날씨 비리

Posted November. 23, 2007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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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과 시간여행이라는 기발한 소재로 괴짜 과학자와 고교생의 모험을 그린 영화 백 투 더 퓨처에서 주인공 마티(마이클 J 폭스)가 미래로 가는 장면이 나온다. 악당들에게 쫓기던 마티는 몇 초 후 날씨가 어떻게 바뀔지 미리 알고 있었던 덕분에 곤경에서 빠져나온다. 미래에는 일기예측이 초 단위로 가능하다고 가정한 내용이다. 하지만 이런 일은 일어날 수 없다. 성능이 막강한 슈퍼컴이라도 담배 한 개비에서 나오는 연기가 어디로 퍼질지조차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한다.

500억 원짜리 슈퍼컴을 2대나 보유한 기상청의 예보가 옛날에 비해서는 정확도가 높아졌지만 지금도 오보를 적지 않게 내 국민을 골탕 먹일 때가 있다. 기상청은 올해 초 잦은 오보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지난해엔 기습황사를 예측하지 못해 산업계에 큰 피해를 안겼다. 올해엔 폭설과 한파예보가 빗나갔다. 춥고 눈이 오겠다는 예보를 믿고 주말 나들이 계획을 취소한 시민들은 포근한 봄 날씨가 펼쳐지자 기상청에 속은 기분이 들었다.

기상청 일부 직원이 납품업체와 짜고 저층 관측에 부적합한 고층 기상관측장비를 사들이고 서류를 적합으로 조작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 장비는 전파신호도 제대로 수신하지 못하는 불량제품이었다. 고위직이 부하 직원에게 특정업체 제품을 구입하라고 강요하고, 말을 듣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었다는 증언까지 나온다. 천상()을 살피는 기상청 사람들도 지상()의 떡고물에 관심이 더 많았던 탓인가.

날씨 예보가 정확하려면 정교한 수치 모델과 이를 운용하는 슈퍼컴도 중요하지만 수치 모델에 대입되는 기압 기온 풍속 등 정확한 관측 데이터가 관건이다. 자체 기상위성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질 높은 관측 자료를 생산하기 위해서다. 슈퍼컴 10대가 있더라도 애당초 입력되는 정보가 부실하면 틀린 답이 나올 수밖에 없다. 날씨 정보는 경제활동과 산업안전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날씨 비리는 맑거나 흐리거나 눈 비 오는 데 따라 생활계획을 바꾸는 많은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