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열(사진)의 프로젝트 그룹인 토이(Toy)가 6집 생큐(Thank you)를 들고 돌아왔다. 5집 페르마타(Fermata) 이후 6년 6개월 만이다.
일단 6년의 공백은 이번 앨범에 대해 그가 느꼈던 부담의 정도를 말해 준다. 부릴 수 있는 모든 음악적 역량을 아우른 걸작으로 평가받은 4집 나이트 인 서울(Night in Seoul)에 이어 좋은 사람 내가 남자친구라면 소박했던, 행복했던 등으로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5집까지. 자연히 다음 앨범에 거는 기대는 커졌고 이는 고스란히 그에게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실제로 그는 앨범의 밑그림을 그리다 녹음 직전 서너 번 뒤엎었다고 밝혔다.(작년 어느 인터뷰에서 그는 긴 공백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 뭘 해야 할까, 난 무슨 음악을 할까 고민했다고 말한 바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6집은 여전히 토이스러운 앨범이다. 앨범의 시작, 중간 중간에 삽입된 피아노 소품곡부터 쉬운 언어로 마음을 파고드는 노랫말, 사춘기 소녀의 감성을 달래 주는 예의 그 감수성까지. 토이는 변하지 않았다.
토이의 단골 보컬인 김형중과 김연우의 노래는 전형적인 토이 스타일의 곡이다. 전작 좋은 사람을 연상케 하는 김형중의 크리스마스카드, 우린 사랑이었을까?라는 드라마 연애시대의 대사에서 모티브를 얻은 김연우의 인사도 여전하다. 다듬어지지 않은 채 나지막하게 부르는 유희열의 목소리는 해피엔드 프랑지파니를 통해 들을 수 있다. 토이라는 브랜드만 보고 앨범을 덥석 집어든 충성 고객이라면 실망하지 않을 곡들이다.
그러나 조금만 곰곰이 들어보면 색다른 시도도 엿보인다. 유희열은 앨범 중 가장 의외의 곡인 뜨거운 안녕을 타이틀곡으로 과감히 배치했다. 전형적인 1980년풍 뉴웨이브 사운드로 돌아간 이 노래는 이전의 타이틀곡이었던 네가 나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 여전히 아름다운지 좋은 사람과 분명 맥을 달리한다. 도입부의 강한 비트와 전자음으로 가득 채운 간주가 인상적이며 보컬은 주로 인디 계열에서 활동했던 이지형이 맡았다. 다양한 보컬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유희열의 능력 또한 이번 앨범을 훨씬 풍성하게 만들었다. 조원선 김형중 성시경 김연우 윤상 등 원년 멤버부터 새 멤버인 이규호, 윤하, 루시드폴의 조윤석, 델리스파이스의 김민규까지 가세했다.
무엇보다 팬들의 궁금증은 어엿한 생활인이 된 유희열의 변화가 아닐까. 그는 2005년 두 살 연하의 동시통역사와 결혼한 후 작년 딸아이의 아버지가 됐다. 아내와 연애 시절 자주 여행을 떠났던 발리 해변에 핀 꽃 이름에서 따온 프랑지파니를 비롯해 앨범 곳곳에서 그의 현재를 확인 할 수 있다. 웃게 해 잠에서 덜 깬 부은 두 눈 뻗쳐 있는 머릿결 행복해 내 구겨진 셔츠를 입은 너의 모습(해피엔드) 처음 샀던 엄지만 한 신발 품에 안고 기뻐하던 어느 봄날 누구보다 행복해 보이던 엄마의 얼굴(딸에게 보내는 노래)
음악평론가 배순탁 씨는 토이의 음악적 성취는 매번 일렉트로닉, 테크노, 보사노바, 재즈 등을 얼마나 자신의 스타일로 녹여 냈느냐에 있다며 이번 6집 또한 여러 장르를 잘 갈무리한 웰메이드 앨범이라고 평했다.
염희진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