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펑 사제 폭죽 소리에 뎅 제야 종소리 실종

펑 사제 폭죽 소리에 뎅 제야 종소리 실종

Posted January. 02, 2008 11:40   

中文

대학생 김모(21여) 씨는 남자친구와 지난해 12월 31일 밤 제야의 타종식을 보려고 서울 종로구 보신각을 찾았다가 특별한 추억 대신 불쾌감만 얻었다.

이날 오후 11시 반 경부터 집중적으로 터진 사제 폭죽 때문이었다. 사제 폭죽에 맞거나 폭죽을 피하려다 넘어져 다치는 사람이 생기는 등 위험한 상황이 곳곳에서 연출됐다.

김 씨는 폭죽 연기 때문에 계속 기침이 났고, 사람들이 폭죽 터지는 것을 피하려다 부딪치고 넘어지는 난리 북새통 속에서 새해를 맞은 게 무척 아쉽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폭죽으로 12명 부상

제야의 타종식에서 사제 폭죽 사용을 강력하게 막겠다고 선언한 서울시와 소방본부의 단속 방침은 힘을 쓰지 못했다. 가까운 거리에서 터진 사제 폭죽으로 부상자가 다수 발생했고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1일 서울시와 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자정을 전후해 보신각 일대에서 제야의 타종식을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 중 일부가 폭죽을 일제히 터뜨려 모두 12명이 다쳤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부상자들은 얼굴이나 몸에 폭죽을 맞거나 폭죽이 터지며 우왕좌왕하던 군중 속에서 넘어진 경우라며 6명이 병원으로 옮겨졌는데 다행히 상태가 심각한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서울시와 소방본부는 12월 31일 보신각 인근의 종로타워 등 주요 지점에 경찰과 합동으로 현장 상황실을 설치했다. 또 안전 요원 5870명을 배치해 사제 폭죽의 반입, 판매, 사용을 강력하게 단속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11시 반경부터 곳곳에서 사제 폭죽이 터지자 안전 요원들은 속수무책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눈에 보이는 폭죽은 일일이 단속을 해 수거했다며 하지만 약 10만 명의 시민이 밀집한 상황에서 한 명 한 명을 상대로 폭죽 소지 단속을 하거나 폭죽 터뜨린 사람을 찾는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본부는 이번 제야의 타종식에서 모두 수만 발의 폭죽이 발사된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이날 일부는 길이 50cm 정도의 폭죽을 서너 개씩 묶어 한번에 수십 발씩 쏘아댈 수 있는 변형 폭죽을 터뜨려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소매치기도 활개

제야의 타종식 관람객을 상대로 한 소매치기도 활개를 쳤다.

서울지방경찰청 지하철수사대는 1일 타종 행사를 보러온 인파에 끼어들어 소매치기를 한 혐의(특가법상 절도)로 최모(39) 씨와 김모(39) 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는 12월 31일 오후 10시 15분경 서울 지하철 1호선 종각역 9번 출구 보신각 앞 인도에서 행사를 관람하던 김모(20여) 씨의 가방에서 지갑을 빼내 현금 21만 원을 훔친 혐의다.

또 김 씨는 1일 0시 5분경 같은 장소에서 일본인 관광객의 외투에서 지갑을 꺼내 현금 45만 원을 훔친 혐의다.

경찰 관계자는 소매치기를 당했지만 액수가 적어 신고를 하지 않거나 소매치기를 당한 줄도 잘 모르는 피해자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세형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