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를 전공하는 대학원생 이성재(31) 씨는 기업의 재무제표와 발전전망 등을 꼼꼼히 분석해 투자할 주식을 고른다. 지난해 3500만 원을 투자해 낸 수익률은 100%. 이 씨는 책에서만 배운 내용을 시장에 응용해 보기 위해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원 신모(27•여) 씨는 지난해 초 친구에게서 곧 작전에 들어갈 코스닥 종목이 있다는 귀띔을 받고 곧바로 주식 200만 원어치를 샀다. 1800원이던 주가는 잠시 오르는가 싶더니 이내 하락을 거듭하다 200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신 씨는 200만 원만 투자한 게 그나마 다행이라며 쓰린 속을 달랬다.
1가구 1펀드 시대가 열려 간접투자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여전히 증시에는 직접 자신이 고른 종목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가 많이 참가하고 있다.
세상의 흐름과 거꾸로 가는 이들 개인투자자 중에는 전문가 못지않은 안목으로 분석적으로 투자하는 사람부터 일단 지르고 보는 묻지 마 투자자까지 눈높이가 천차만별이다. 투자 목적도 경제를 공부하기 위해 즐기면서 목돈을 벌기 위해 등으로 다양하다.
주식으로 공부한다
증권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06년 말 현재 개인투자자 수는 305만2352명이며 보유 종목은 평균 2.8개였다. 국내 증시에서 개인투자자가 보유한 주식은 전체의 53.2%로 기관(29.4%)과 외국인(17.4%)을 크게 앞선다.
일반인의 생각처럼 개미들이 증시에서 마냥 잃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한국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시장에서 개인 기관 외국인이 각각 많이 사들인 종목 상위 50개의 상승률을 분석한 결과 기관이 174%로 가장 높았으며 개인은 135.11%로 두 번째였다. 이는 외국인(89.67%)을 크게 앞선 것이다.
산은자산운용 이재광 주식운용본부장은 개인투자자 중에 전문가 못지않은 실력을 지닌 사람이 많으며 이들은 지난해 상승장에서 상당한 수익을 냈다고 말했다.
실력에 따라 수익률에 큰 차이가 있을 뿐 아니라 주식에 투자하는 이유도 갖가지다.
대학생 개인투자자 중에는 경제 공부를 위해 직접 투자하는 사례가 많다.
서강대 재테크 동아리 S.R.S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동현(23경영학부 3년) 씨는 선후배들과 돈을 모아 투자하고 있으며 동아리 내의 리서치팀, 투자팀이 매주 회의를 열어 투자방향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투자를 통해 경제 전반에 관심을 갖게 됐으며 기업들의 장단점도 많이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돈과 재미, 두 마리 토끼 잡는다
주식투자가 일상이 된 사람도 상당수. 주식투자의 재미에 폭 빠져 살면서 이를 통해 수입도 챙기는 타입이다.
30년째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김모(73) 씨는 매일 아침 서울 여의도 증권사 객장으로 출근한다. 20여 개 종목을 주로 거래하며 웬만한 종목의 코드번호를 모두 외우고 있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주식을 매매하는 김 씨는 지난해 3억 원을 투자해 10%의 수익률을 냈다. 김 씨는 최근 이명박주와 대북 관련주에 투자해 제법 재미를 봤다고 말했다.
공모(26) 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투자자로 나선 사례다. 그는 주식워런트증권(ELW), 선물, 옵션 등 파생상품만 다룬다. 공 씨는 대학 졸업 후 직장을 1년 다녔지만 직접 투자하는 게 재미있어서 회사를 그만뒀다며 주식은 주가가 떨어지면 고스란히 돈을 잃지만 파생상품은 하락장에서도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파생상품만 거래한다고 말했다.
공 씨는 하루 수익률 1%를 목표로 단타매매를 한다. 지난해는 종자돈 1500만 원을 6000만 원으로 불렸다.
개인투자자들의 공통된 특징은 재테크 수단으로 주식만 한 게 없다고 믿는다는 점이다.
학원 강사인 이모(41) 씨는 집을 살 때 빌렸던 대출금을 갚기 위해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한 종목에만 2억 원을 투자해 2000만 원을 벌었다.
이 씨는 해당 업종에서 1등 업체만 골라 투자하고 수익률이 20%가 되면 곧바로 파는 것이 원칙이라며 대출금만 다 갚으면 그만둘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내는 좁다, 해외로
최근에는 중국 일본 등 해외증시에 직접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도 크게 늘었다.
회사원 조모(36) 씨는 지난해 5월부터 중국 증시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회사에서 중국 관련 업무를 맡은 그는 현지 상황을 더 알고 싶었고 공부도 할 겸해서 중국 투자에 나서게 됐다며 1500만 원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2500만 원으로 불었다고 말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우석 해외주식팀장은 과거에는 특정 해외 지역에 연고가 있는 분들이 해외 주식투자에 나섰는데 요즘은 해외펀드로 수익을 본 뒤 직접 투자하려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굿모닝신한증권을 통해 해외 주식거래를 하는 사람은 지난해 초 2500여 명에서 현재 1만여 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펀드투자 시대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개인투자자들은 직접 하면 더 잘할 수 있다고 믿는 자기 확신이 강한 사람들이라고 설명한다.
이재광 본부장은 상당한 실력을 갖춘 개인투자자도 정보 부족 등의 이유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넘어서는 수익을 내기 쉽지 않고 특히 하락기에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손효림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