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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견 15분전까지 원고 수정 거듭

Posted January. 15, 2008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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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14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시종 여유 있는 표정으로 모두() 연설문을 낭독했다. 일문일답에서는 때로 농담을 던지며 회견장 분위기를 이끌었다

그러나 이 당선인은 이날 회견이 시작되기 15분 전까지 직접 연설문을 수정할 정도로 국민에게 전달할 메시지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이 당선인은 전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1차 국정보고와 이날 신년 회견 준비를 위해 당선 후 처음으로 교회 주일예배에 결석했고, 주말 테니스 일정도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 이튿날인 지난해 12월 20일 내외신 기자회견을 했지만, 이날 회견은 2월 25일 취임 이후 국정을 이끌어 갈 예비 대통령으로서 정책 방향 제시와 함께 국민과 여야 정치권의 협력을 구하는 첫 회견이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날 회견 1시간 전에 언론사에 미리 배포된 연설문은 이후 두 차례나 수정본이 나왔고, 행사장에 마련된 프롬프터(연설 원고를 보여주는 스크린) 담당자도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한 채 진땀을 뺐다는 후문이다.

이 당선인은 첫 번째 질문에서 새 정부 첫 국무총리의 역할과 위상에 대한 의견을 묻자 (나한테는) 대통령상을 물어야지 총리를 묻느냐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고, 막바지에 이른바 이명박 특검법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꼭 물어봐야 되겠느냐며 농담조로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또 연설문에서 긍정 미래 희망 등의 단어를 여러 차례 사용하며 태안 기름유출 사고 현장의 자원봉사 활동에 대해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아내는 우리 국민의 위대함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행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는 한반도대운하와 연 7% 경제성장, 부동산대책, 교육정책 등과 관련한 질문에는 자신의 논리를 조목조목 내세우며 반대 주장을 강한 어조로 반박하기도 했다.

특히 한반도대운하와 교육정책 공약에 대해 그는 일부 언론이 안 된다는 전제 아래 보도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 과외비와 대학 본고사 등을 우려하고 있는데 깊이 보면 그런 게 아니다면서 언론 보도에 대해 우회적인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당초 연설문에는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국민이 반대한다면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겠다는 문구가 들어 있었으나 최종 정리 과정에서 정책 추진 과정에서부터 이해 당사자와 전문가,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추진해 나가겠다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회견장에는 연단을 중심으로 왼쪽에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 안상수 원내대표, 이한구 정책위의장 등 당직자들이, 오른쪽에는 이경숙 대통령직인수위원장, 김형오 부위원장 등 인수위 간부들이 자리를 잡았다.

회견 직전 일부 참석자가 좌석 배치를 놓고 농담조로 내 자리는 왜 저기 있느냐며 가벼운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고, 이 당선인이 당직자 좌석 쪽으로 가려다 바로 회견하셔야 한다는 안내로 연단에 올라서자 강 대표는 내 자리 뺏길 뻔했다는 농담으로 좌중을 웃겼다.

KBS, MBC, SBS 공중파 방송 3사와 케이블 뉴스전문 채널인 YTN과 MBN 등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된 회견장에는 장소 관계로 참석 기자가 70여 명으로 제한됐고, 출입구에는 청와대 경호팀이 배치돼 일일이 신분증을 확인하는 등 삼엄한 경계를 폈다.



박성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