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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최경주 선수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사설] 최경주 선수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Posted January. 16, 2008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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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 선수가 미국 프로골프(PGA)투어 소니 오픈 대회에서 우승해 PGA 투어 통산 7승을 이룩했다. 한국 골프의 정상으로 만족하지 않고 미국 PGA에 도전한지 7년 만에 이룬 쾌거다. 최 선수는 우승을 확정 짓고 나서 경기 이천 냉동물류창고 화재 참사 유가족을 위한 성금으로 3억원을 기부했다.

3억원은 이번 대회 우승상금 94만4000달러에서 외국인 선수에게 매기는 세금 30%를 뗀 자기 몫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매년 한 두 차례 국내대회에 출전하는 최 선수는 국내대회 우승상금 전액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여러 차례 내놓았다. 최 선수가 피나는 노력에 따른 영광과 보상에 만족하지 않고 불우한 이웃들을 위해 거금을 선뜻 내놓는 것은 아무나 쉽게 흉내 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최 선수가 거둔 PGA 7승의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대회에서는 한국 선수들이 톱 텐을 절반가량 채울 때도 있지만 선수 기량과 인기도 그리고 경쟁의 강도에서 LPGA는 PGA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일본은 골프 인구가 한국의 두 배가 넘지만 지금까지 PGA 우승을 두 차례 밖에 하지 못했다.

최 선수의 거둔 성공은 불리한 환경에 무릎 꿇지 않고 탱크처럼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집념의 소산이다. 최 선수는 어촌의 고교시절 시절 경운기를 타고 골프 연습장에 가 공을 줍고 청소를 하며 골프를 배웠다. 미국에서는 서툰 영어로 대회가 열리는 골프장을 어렵게 찾아다니고, 햄버거를 씹으며 부단히 기량을 갈고 닦았다.

남다른 창의력과 노력을 통해 경쟁에서 승리한 사람에게 시장에서 상응한 보상을 하는 것은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작동하는 기본원리다. 경쟁의 심리적 동인()이 없는 사회는 정체에 빠져든다. 그러나 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고 시장의 열패자()들을 돌아보지 않는 사회는 통합도 안정도 이룰 수 없다. 경쟁 사회의 승자가 약자를 껴안는 선행은 시장경제 유지 발전은 물론 사회 안정을 위한 필수 자양분이다.

최고의 기량과 함께 높은 덕목을 보여준 최 선수가 자랑스럽다. 그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의무) 실천을 본받아야 할 사람들이 우리 지도층 사이에 많이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