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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표수리 신중 급선회

Posted January. 17, 2008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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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의 사표 수리 문제를 둘러싸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청와대가 미묘한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인수위는 사건의 진상 규명 및 사법 처리를 위해 김 원장이 민간인 신분으로 조속히 검찰의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16일 내부적인 판단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전날의 조기 사표 처리 방침을 유보했다.

이는 김 원장의 평양 대화록 유출 사건의 성격 규정에 대한 두 기관의 견해 차이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두 기관 사이에 감지되는 저류는 심상치 않다.

김 원장은 노무현 대통령 재임 중 국정원 요직을 두루 거쳤다. 역대 정보기관장들의 불행한 말로에서 증명된 것처럼 국정원 수장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 어떤 진실이 튀어나올지 아무도 예측하기 어렵다는 데에 두 기관의 이해관계가 엇갈린다.

인수위와 청와대의 힘겨루기=인수위는 15일 김 원장이 지난해 대선 전날 방북해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과 나눈 대화록을 유출한 사실을 시인하자 검찰이 조속히 수사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측근은 이날 검찰이 스스로 수사에 나서기 부담스럽다면 인수위가 고발을 해서라도 이 기회에 국정원이 정권의 시녀 노릇이나 하는 관행을 바로잡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수위 주변에서는 김 원장에 대한 검찰 수사를 통해 노 대통령의 국정 행위와 관련해 국정원이 알고 있는 비밀을 찾아낼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역력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김 원장은 지난해 10월 열린 남북 정상회담을 막후에서 조율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16일 돌연 김 원장의 사표 수리 여부를 유보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사표 수리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사표 수리를 단정해서도 안 된다는 게 청와대의 기류다.

여기에는 노 대통령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안에 대한 판단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 외에 여론에 떠밀려 정부 고위직의 진퇴를 결정하지 않아온 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는 걱정하는 것은?=그러나 청와대가 사표 수리를 미루는 진짜 이유는 김 원장의 사표를 서둘러 수리할 경우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을 포함한 남북관계 전반으로 불똥이 옮겨 붙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동안 갑작스런 남북정상회담 성사로 정치권에서는 뒷거래설이 끊이지 않았다. 김 원장의 대선 전날 방북 이유도 정상회담 식수 표지석 설치라는 본인의 해명이나 북풍() 기획설,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장의 방한 문제 논의설 등이 아닌 다른 사정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국정원에 정통한 한 인사는 무엇이든 북한의 중요한 이해관계가 걸린 일일 것이라며 2006년 국내총생산(GDP)이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선 북한에게 여전히 가장 중요한 문제는 돈이 아니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그것이 무엇이든 검찰 수사 등을 통해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는 것은 임기 말의 청와대로서는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선 후 김 원장의 행보도 청와대의 불안감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인수위 관계자는 김 원장이 대선 후 직접 보고할 것이 있다면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의 자리 주선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 당선인 측근들과의 만남도 시도했다.

한 대북 정보 전문가는 청와대는 김 원장의 사표를 수리할 경우 더 많은 비밀 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석호 조수진 kyle@donga.com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