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의 감초.
분위기를 곱절로 띄워 주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장내 아나운서.
배구가 프로화되기 전 장내 아나운서는 선수들의 이름과 교체 등을 알려 주는 단순한 역할에 그쳤다. 프로화 이후 장내 아나운서는 경기 진행 상황과 관전 포인트 전달은 물론 경기 중간 이벤트 진행 등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 장내 아나운서는 인천에 남자 장내 아나운서 1명과 천안, 구미, 대전, 수원에 남녀 2명씩 활동하고 있다. 이들에게 있어서 배구에 대한 지식과 경기장의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말솜씨는 기본. 또 워낙 빠르게 진행되는 배구 경기 특성상 순간순간의 집중력과 순발력도 필요하다.
그들은 자신이 속한 홈팀이 있기에 소속팀에 대한 사랑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과 GS칼텍스를 홈팀으로 둔 전백수(32) 씨는 팀이 이기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목소리 톤이 올라가고 경기 내용이 나쁘면 말도 제대로 안 나온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때때로 상대 선수나 감독에게서 핀잔을 듣기도 한다. 삼성화재와 흥국생명 우현아(29) 씨는 한번은 홈팀이 1, 2세트를 이긴 뒤 3세트 때 이제 마지막 세트입니다라고 했다가 상대팀 감독에게 마지막 아니다라며 혼이 났다. 그 뒤로 멘트 하나에도 신경을 쓴다며 고충을 전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장내 아나운서 가운데 가장 선참은 대전 충무체육관의 연현숙 씨. 그는 15년간 배구 장내 아나운서를 해 왔고 그 인연으로 배구선수 출신 김구철 씨와 결혼도 했다. 유일한 선수 출신인 우 씨는 2월 대학 졸업을 앞둔 학생 신분.
경북 구미 박정희체육관을 홈구장으로 쓰는 LIG손해보험과 한국도로공사의 윤인아(34) 씨와 유창근(29) 씨는 장내 아나운서 모두가 홈팀 경기 외에 다른 팀의 경기도 직접 가서 보거나 녹화해 챙겨 본다. 심판 교육도 받는다고 말했다. 그들은 관객과 선수를 이어 주는 제7의 선수다.
김동욱 creating@donga.com